9일 리보조작 파문 관련 증언…차기 총재 후보 순위에서 밀려
글로벌 금융권의 런던은행간금리(LIBOR, 리보) 조작 사태가 영국 정계로 비화했다.
폴 턱커 영란은행 부총재는 9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의회 재무특별위원회에서 증언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보도했다.
리보는 800조달러에 이르는 파생상품과 차입 금리를 책정하는 데 활용되며 주요 은행이 매일 신고하는 수치로 정해진다.
이번 리보 조작 사건은 금융위기 발발 초기, 여러 은행이 악화한 자사의 재무상태를 실제보다 양호하게 보이게 하려고 불법으로 금리를 낮춘 것이 발단이 됐다.
턱커 부총재의 이름은 지난주 의회 증언에서 부상했다.
미국과 영국 규제 당국에 2억9000만파운드의 벌금을 내기로 한 바클레이스의 로버트 다이아몬드 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주 의회 증언에서 턱커 부총재의 연루설을 터뜨렸다.
다이아몬드 전 CEO는 의회 증언에서 2008년 턱커 부총재와의 통화 내용을 공개, 바클레이스가 신고한 평균치를 웃도는 리보에 관해 영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우려를 표시했다는 턱커 부총재의 발언을 언급했다.
다이아몬드 전 CEO는 당시 동료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전달했고 이를 전해 들은 뒤 제리 델 미시에르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리보 금리를 실제보다 낮게 보고하라는 의미로 해석하면서 조작 사태로 번졌다는 것이다.
턱커 부총재와의 통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이번 리보 조작 사건에는 은행 관계자를 비롯해 정부와 중앙은행 고위 관계자까지 연관됐을 가능성에 영국 내에서는 맹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차기 영란은행 총재 후보로 유력한 턱커 부총재가 논란의 핵심에 오르면서 비판은 한층 거세다.
그는 영란은행에서 근속 연수가 32년이나 된 베테랑으로, 내년 퇴임하는 머빈 킹 총재의 뒤를 이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4년 전 통화 내용으로 인해 하루 아침에 범죄의 가담자로 전락한 셈이다.
현재 영국 내에서는 턱커 부총재의 9일 증언이 초미의 관심사다.
턱커 부총재의 측근을 자처하는 영란은행 관계자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총재 후보 순위에서 크게 밀려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