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런던은행간 금리) 조작 파문이 꼬리를 물면서 영국이 발칵 뒤집혔다.
리보 조작 파문의 첫 타자로 지목된 영국 대형은행 바클레이스가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의 연루설을 폭로한데다 정부 개입설까지 터지는 등 사태는 점입가경이다.
4일 열린 영국 의회 재무특별위원회에서는 영국 정부와 영란은행, 금융권이 리보 조작에 관여됐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공개됐다.
지난 2008년 10월29일 폴 터커 영란은행 부총재가 밥 다이아몬드 바클레이스 전 최고경영자(CEO)에게 건 한 통의 전화 내용이다.
“리보를 높게 보고할 필요는 없다. 화이트홀(영국 정부청사) 고위층 인사들의 의견이다”
당시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세계 금융 시장에 유동성이 말라붙었던 시기.
리보는 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바클레이스는 당시 리보가 16개 은행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다.
이는 신용도가 낮아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터커 부총재의 전화는 당시 3위 은행이었던 바클레이스의 유동성 위기를 우려해 리보 조작을 묵인해주겠다는 일종의 암시였던 셈이다.
결국 바클레이스의 고위 인사들은 4%였던 3개월물 금리를 30일 3.4%로 떨어뜨렸다.
다이아몬드 전 CEO는 “잘못이 있었던 것, 비난받아야 할 행위가 있었던 점은 분명하다”면서도 “리보 조작 사실을 인정하고 첫 벌금을 물었다는 이유로 이같은 상황에 말려들었다”며 오히려 불만을 토로했다.
씨티그룹 HSBC UBS 크레디트스위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등도 함께 조사 선상에 올랐는데 하필 자사가 가장 먼저 당국과 합의하면서 희생양이 됐다는 것이다.
터커 부총재는 리보 조작 파문의 불똥이 자신에게 튀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당시 전화 통화에 대해 설명하겠다며 조만간 반박 증언에 나설 뜻을 표명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 중에는 폴 마이너스 노동당 상원의원, 에드 볼스 노동당 예비내각 재무장관, 알리스테어 달링 전 재무장관 등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