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무너지면 경착륙 진입…친다운, 유럽 위기보다 더 치명적
세계 2위 경제국 중국에 경착륙 비상이 걸렸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의 펑원성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홍콩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최근 경제지표는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2분기 경제성장률이 7.3%로 전분기의 8.1%에서 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8.4%에서 7.8%로 대폭 낮췄다.
씨티그룹 등 전문가들은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달에 7%대로 낮췄다.
씨티그룹이 기존 8.1%에서 7.8%, 크레디트스위스(CS)가 8.0%에서 7.9%, 도이치방크가 8.2%에서 7.9%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JP모건체이스 중국법인의 징 울리히 회장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정부 목표인 7.5%에 매우 근접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우리는 7.7%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 싱크탱크인 국제경제교역센터(CCIEE)의 정신리 부이사장은 “지난 6월 지표가 뚜렷한 개선을 보이지 않을 경우 2분기 경제성장률이 7%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의 산업생산 증가율은 일반적으로 경제성장률을 3~5%포인트 웃돈다”면서 “지난 4월의 산업생산 증가율은 3년래 최저치인 9.3%, 5월은 9.6%를 각각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지난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2로 7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의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지난 199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사실 경제성장률 7% 수준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13억명이나 되는 중국의 인구를 감안하면 최소 8%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해야 경착륙을 피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9.2%이고 도시지역 신규 취업자 수가 1221만명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약 136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셈이다.
중국 정부도 올해 성장률 목표를 7.5%로 잡았지만 지난달 초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8%대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경기부양 속도를 높이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와 지난 2년간 정부가 실시한 강도 높은 정책에 따른 중국 부동산시장의 냉각 등이 경기둔화의 주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하에 투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중국의 경제성장 모델이 한계에 부딪힌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풀이했다.
세계은행은 지난 2월에 “중국이 정부의 경제에 대한 지나친 간섭을 줄이고 민간기업을 활성화하는 등 개혁을 미룰 경우 중국은 ‘중진국의 함정’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진국의 함정은 개발도상국이 고성장을 이어오다 중진국 수준에 이르러 성장이 장기간 둔화하거나 정체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한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 탈퇴보다 친다운(Chindown, 중국의 경기하강)이 세계 경제에 더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킨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자원 블랙홀’인 중국의 수요가 줄어들 경우 브라질과 호주, 캐나다 등 주요 원자재 수출국의 경제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지난 1~5월 철광석 수출은 중국 수요 둔화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19% 줄었다. 철광석 수출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02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은 브라질 전체 무역에서 약 1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이 최대 무역파트너인 호주는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의 경기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기준금리를 2개월 연속 인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