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피스, 태블릿·노트북 PC 기능 겸비…양다리 전선 형성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종 병기 ‘서피스’의 등장으로 태블릿PC업계와 노트북PC 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태블릿PC와 노트북PC의 기능과 외관을 갖춘 서피스 때문에 기존 경쟁 구도에 새로운 전선이 형성되면서 향후 전략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MS는 지난 18일 자사에서 처음으로 제작·판매할 태블릿PC 서피스를 공개했다.
서피스는 커버 안쪽에 키보드를 갖춘 디자인이 특징이어서 애플의 태블릿PC인 아이패드와 기존 노트북PC의 강적으로 부상할 것임을 예고했다.
태블릿PC 투입으로 PC업체에 소프트웨어를 제공해온 MS의 역할에도 역사적인 변화가 생겼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신문은 더 나아가서 태블릿PC의 기존 개념을 둘러싸고 애플과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했다.
소비자를 위한 새로운 단말기를 만들든지 아니면 기존 PC를 더 얇고 가볍게 진화시키든지 하는 것이다.
스티브 발머 MS 최고경영자(CEO)는 창사 이래 첫 태블릿PC인 서피스를 PC라고 소개한 바 있다.
그는 서피스 유저는 영화감상 뿐만 아니라 사무문서 작성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키보드를 겸하는 스크린 커버를 장착한 것도 이 때문이다.
MS와 인텔을 비롯한 기업들은 노트북PC에 터치스크린 기능과 키보드를 대신할 새로운 디자인이 나타나면 태블릿PC와 노트북PC의 차이가 좁혀질 것으로 일찍부터 예견해왔다.
반면 애플은 태블릿PC는 노트북PC와는 다르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쳐왔다.
팀 쿡 애플 CEO는 “두 기능을 병행시키면 PC는 그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고 태블릿PC도 최대한의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애플이 2010년에 아이패드로 신시장을 개척해 성공을 거둔 것을 감안하면 애플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1억740만대의 태블릿PC 중 3분의 2는 애플제가 될 전망이다.
구글의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은 36.5%로 점쳐지고 있다.
아이패드를 비롯한 태블릿PC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노트북PC 수요를 능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PC 판매 대수는 2.7%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하는 한편 태블릿PC 판매는 올해 거의 2배 증가해 1억1900만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텔의 경우 초소형 노트북PC인 울트라북을 내놨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탈부착식 키보드를 갖춘 서피스를 상정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WSJ는 서피스가 노트북PC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포레스터리서치의 사라 로트먼 앱스 애널리스트는 “서피스 투입으로 MS는 범용성을 확대하고 있어 실제로 노트북과 정면 승부를 겨루게 될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WSJ는 특히 가격이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했다.
무어인사이트앤스트레티지의 패트릭 무어헤드 시장조사 담당자는 아이패드의 가격이 최저 499달러인 점을 감안, “MS는 서피스 가격을 업계 평균보다 100달러 정도 높게 책정해 관계의 원활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MS의 판매 노력이 손상될 가능성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WSJ는 서피스가 업계 공생 관계에도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윈도8에 기반한 태블릿PC를 출시하려던 하드웨어 기업들이 서피스와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MS에서 등을 돌릴 것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MS의 하드웨어 관련 파트너업체 중 일부는 서피스가 자사 제품과 경쟁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휴렛패커드(HP) HTC 에이서는 MS와의 관계에 대한 언급을 피한 반면 중국 레노보그룹과 미국 델은 MS의 소프트웨어에 기반한 태블릿PC 출시 계획이 변함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발머 CEO는 “윈도8과 윈도RT에 있어 하드웨어 업계와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나타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