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펑(Bill Fung) 런던 비즈니스스쿨 헤지펀드 센터 교수

수십년간 금융위기 등 수없이 많은 위기와 역경을 헤쳐 나오면서 장성(長成)한 글로벌 헤지펀드와 비교하면 한국형 헤지펀드는 이제 씨를 뿌린 수준에 불과하다.
금융당국과 시장관계자들은 한국형 헤지펀드가 튼튼하게 뿌리를 내려 이미 큰 나무가 된 글로벌 헤지펀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만큼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투데이는 끝없는 시행착오와 고민을 거듭해야 하는 한국 헤지펀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세계적인 헤지펀드 전문가인 빌 펑(Bill Fung) 런던 비즈니스 스쿨 헤지펀드 센터 교수의 얘기를 들어봤다.
"헤지펀드 시장에도 규제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어떤 규제든 지나친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빌 펑 교수는 지나친 규제의 불합리성에 대해 시종일관 목소리를 높였다.
빌 펑 교수는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금융당국이 규제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시장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며 "특히 무엇을 규제할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선진국을 비롯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헤지펀드 등에 대해 투자자 보호측면의 규제를 전제한 상태에서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 외의 부분에 대해서도 장벽을 두는 것은 시장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자기자본과 펀드·일임수탁고 등 규모에 바탕을 둔 시장진입 규제는 빠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빌 펑 교수는 "자기자본 등을 기준으로 한 시장진입 규제는 결국 규모가 큰 회사들만 시장에 참여하라는 의미밖에 되지 않는다"며 "예를 들어 자산 100억원을 기준으로 그 미만을 헤지펀드 시장에 참여하지 못하게 한다면 세계 100대 헤지펀드 중 적지 않은 회사들은 시장에 발을 들이지도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블랙월(Black Wall)의 경우 이 기준에 미달하지만 훌륭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며 "만약 이런 회사가 규제에 걸려 시장에 들어오지 못한다면 투자자들에게도 큰 손해"라고 말했다.
규모에 따른 규제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운용능력을 갖춘 헤지펀드 매니저나 관련 전문가들이 시장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나친 규제가 헤지펀드 시장 성장을 위해 필요한 해외자본 유치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빌 펑 교수는 "한국 헤지펀드 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헤지펀드 매니저 유치와 더불어 해외 자본 유치가 상당히 중요하다"며 "다른 시장과 비교해 충족시켜야 하는 요건들이 까다롭다면 비용 증가 등의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어 해외자본 유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시아에서 헤지펀드가 잘 발달된 것으로 평가되는 홍콩과 싱가폴의 사례를 참고해 규제 대상과 수준을 결정하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적정한 규제와 함께 방향설정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빌 펑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아시아지역에서 대규모 헤지펀드들이 많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방향설정이 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3개 회사밖에 성공하지 못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비즈니스를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가에 대해 확실하게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세계경제가 지난 10년에 비해 성장세가 둔화되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헤지펀드 시장 성장이 국내 투자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빌 펑 교수는 "수동적인 매니저들은 시장상황이 불안할 때 중요한 투자결정을 투자자들에게 떠넘기려는 경향을 보이지만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고객의 수익률을 제고 시킨다"며 "한국에서도 헤지펀드가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매력적인 투자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