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커룰 있었으면…” JP모건 CEO 어처구니 없는 말실수

입력 2012-06-1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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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규제 강화에 탄력 붙을 듯

대형 손실로 파문을 일으킨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의 13일(현지시간) 의회 증언이 구설수에 올랐다.

다이먼 CEO는 이날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증언에서 손실 원인에 대해 거래 담당자가 리스크를 파악하지 못했고 확인 기능도 제대로 작용하지 않았다며 회사의 리스크 관리 미비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헷지 전략 실패로 적어도 20억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낸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사죄했다.

다이먼 CEO의 이날 발언 중 결정적인 실수는 미 금융권이 정부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볼커룰’을 무심코 지지한 것이었다.

그는 “볼커룰이 있었다면 손실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뜻밖의 발언을 내뱉었다고 일부 언론이 보도했다.

금융권 규제 개혁 반대의 선봉에 서왔던 다이먼 CEO가 되레 월가 개혁을 강화하는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된 것이다.

볼커룰은 폴 볼커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 의장이 제안한 것으로 은행이 고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자기자산이나 차입금으로 채권과 주식,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행위의 제한을 골자로 하고 있다.

2008년 촉발된 금융 위기의 반성에서 미국 당국과 의회에서는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이먼 CEO는 자신의 실언을 바로잡기 위해 “내가 요구하는 것은 강하고 간결하고 명확한 규제”라며 입장을 번복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스스로 입증한 모습이다.

일부 언론은 그의 증언을 근거로 금융권 규제 강화론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다이먼 CEO는 이날 증언에서 손실과 관련된 거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다이먼 CEO는 미리 준비한 증언 원고에서 자사 최고투자전략팀(CIO) 트레이더들이 포트폴리오 내 리스크 자산과 관련 리스크를 줄이기보다 오히려 기존 포지션을 상쇄하기 위한 복잡한 투자전략을 구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거래들이 포트폴리오를 확대시켜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관리를 어렵게 했다고 지적했다.

다이먼 CEO는 “이 포트폴리오는 회사를 보호하기보다 오히려 잠재적으로 더 큰 리스크를 창출하는 무엇인가로 변모했고 그 결과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그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 사태가 고객이나 납세자들에게는 손해를 끼치지 않았고 장기적으로 경영에 미치는 영향도 없다며 2분기(4~6월) 실적은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역설했다.

다이먼 CEO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의원들 사이에서는 손실 사실이 공개된 이후 1개월 이상 지나 불분명한 점이 많다며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먼 CEO는 안일한 리스크 관리에 대한 책임 차원에서 자신을 비롯해 이미 퇴사한 임원의 보수도 반납할 의향을 시사하기도 했다.

JP모건은 당초 금융 파생상품 거래로 인한 손실이 20억달러라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30억달러로 불어났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팽배하다.

전문가들은 이날 청문회에서 다이먼 CEO가 언급하지 않은 거래 경위에 대해 향후 추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이먼 CEO는 이날 증언에 이어 오는 19일 하원 금융위원회에서 증언한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JP모건의 주가는 전일 대비 1.56% 상승한 34.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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