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상속 재산을 둘러싼 삼성가 소송의 첫 공판이 30일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법 동관 558호에서 열린 첫 심리에는 원고와 피고 대신 양측 법률대리인이 참석해 1시간 20여분 동안 치열한 법리논쟁을 이어갔다.
고 이병철 회장의 장남인 이맹희전 제일비료 회장과 차녀인 이숙희씨를 대리해 법무법인 화우에서 변호사 9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리한 법무법인 태평양ㆍ세종ㆍ원의 변호사 6명이 참석했다.
특히 공판 시작 1시간 전부터 50여명의 기자들이 기다리는 등 이번 사건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보여줬다.
공판에서 제척기간을 놓고 벌인 양측의 대립은 긴장감을 더했다.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은 상속권자가 상속권의 침해사실을 안 날부터 3년, 또는 침해행위가 있는 날로부터 10년으로, 이 기간이 지나면 소멸한다.
이맹희 씨측은 이병철 창업자가 사망한 지 25년이 지났지만, 실질적인 침해가 일어난 시기는 차명에서 실명으로 전환한 지난 2008년 이후라고 주장했다.
이맹희 씨 등의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관련법상 제척기간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외관상 상속인이어야 한다"며 "이 회장은 그러나 차명주식을 은닉 관리하며 자신의 이름으로 명의변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외관상 상속인으로 볼 수 없고 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 회장 측은 삼성특검 수사 발표로 차명주식의 존재를 알았다고 하지만 당시 발표내용 가지고는 상속인들이 이 사실을 알 수 없었다"며 "제척기간을 주장하는 이 회장 측의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고도 했다.
반면 이건희 회장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선대 회장은 생전에 이 회장을 후계자로 정하고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했다. 다른 형제들에게도 상당한 재산을 배분하면서 상속인들 간의 협의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대 회장의 유지를 받들기로 해놓고 이제 와서 재산분할을 다시 요구하는 것은 명분도 없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음 심리는 6월 27일오후 4시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