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네 안에 빛나는 뭔가가 있다

입력 2012-05-2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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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림 대신증권 역량개발부 대리

너에게서 그 메시지가 도착한 것은 밤 열한시 오분, 내가 막 회사에서 돌아온 시각이었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뭐라고 답해야 할지 고민했다. 거두절미하고 무슨 일 있었냐고 물어볼까, 많이 힘들겠지만 기운 내라고 토닥여 줄까, 네 장점을 적당히 늘어놓으며 자신을 가지라고 격려해야 할까.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되묻거나 술이라도 마셨냐며 웃어넘길 생각은 없었다.

이전의 나도 자신을 향해서 똑같은 질문을 수없이 던졌기 때문이다.

7년 전, 대학교 4학년이 된 나는 그 한 해가 이전까지의 학창시절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차근차근 계단을 밟고 올라와 다이빙대의 끝에 도착한 느낌이었다.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 불안했고, 그 미래를 내가 결정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웠다.

본격적으로 취직 활동을 시작하면서 두려움은 암담함으로 바뀌었다. 겪어 본 사람은 안다. 불합격 통보가 아픈 것은 돈 벌 기회를 잃었다는 상실감 때문이 아니다. 나의 가치를 부정당했다는 충격이 훨씬 더 크다. 십여 년간 배우고 익히고 길러 온 나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였는데, 사회는 그런 내가 ‘필요 없다’고 잘라 말하는 것이다.

너도 처음 몇 번은 괜찮았을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자기소개서가 어설펐다고, 면접이 서툴러 나라는 존재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노라고 애써 스스로를 위안했겠지. 하지만 사회의 ‘거절’이 거듭되면서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으리라. 어디가 부족했을까? 나는 어디가 잘못된 걸까? 반복되는 질문 끝에, 결국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을 것이다.

“나는 나 스스로가 지금까지 생각해 온 것만큼 괜찮은 사람이 아닌 것은 아닐까?”

솔직히 말하자면 네 취직 활동의 끝이 어떨지 나는 모른다. 언론인을 지망하는 네게, 1지망 언론사에 떡하니 붙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은 안 할 생각이다. 그런 입에 발린 이야기는 내가 아니라도 많이들 해 줄 테고, 네가 나한테 기대하는 것도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이야기는 꼭 해주고 싶다. 네가 말하는 ‘빛나는 무엇’은 네 안에 있다. 그 빛은 대기업에 합격했다고 강해지거나, 토익 점수가 100점 떨어졌다고 사그라지지는 않는다. 말하자면 금속원소의 불꽃반응과 비슷하다. 있는 그대로의 너로 있을 때 가장 너다운 빛으로 환하게 타오른다.

그러니 세상이 너를 어떻게 평가하더라도, 너 자신에 대한 믿음만큼은 버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지금까지의 모든 시간, 모든 경험, 네가 거쳐 온 모든 사람들이 지금의 너를 만들었다. 지나온 매 순간이 감사하고,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이 소중하다면 네가 후회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흔들린다면, 스스로의 가치가 의심스러워서 잠이 오지 않는다면, 그 때는 다시 나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된다.

[나한테도 빛나는 무언가가 있지?]

[응.]

며칠 전 그러했듯, 이 누님은 1분 내로 답장을 보내 줄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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