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올 5월 화장품 가격 비교해보니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우리 딸이 달라집니다. 미국산 의류, 화장품, 가방 등으로 저렴하게 마음껏 멋내고~”
정부정책 홍보사이트 공감코리아에 기획재정부 이름으로 지난달 3월 올라온 ‘한컷 카툰’의 내용이다. 미국과 FTA 체결로 관세가 인하돼 딸이 저렴하게 미국산 의류 화장품 등으로 한껏 멋낸 모습이 만화로 묘사돼 있다.
본지는 29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소비자원이 한·EU FTA 체결을 계기로 수입화장품 가격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조사한 55개 백화점 판매 고급 수입화장품을 대상으로 지난해 7월과 올해 5월 가격을 비교했다.
조사대상 제품들은 모두 유럽에서 제조됐으며 해당 브랜드는 크리스찬 디올, 조르지오 아르마니, 랑콤, 샤넬, 시슬리, 에스티로더, 크리니크 등 총 7개다. 종류는 향수, 네일에나멜, 로션, 립스틱, 아이섀도, 파운데이션 등 총 6가지다.
조사결과 55개 품목중 현재 판매되는 제품은 54개로 이중 가격을 내린 제품은 전무했다. 특히 이중 13개는 가격이 오히려 올랐다.
이에 따라 관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가격인하 효과를 체감하는 것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품목별로 다르나 FTA 체결로 대체로 유럽화장품의 8% 관세는 발효 이후부터 향수 립스틱 등 색조화장품의 경우 단계적으로 인하돼 3년 후 완전 철폐되고, 기초류는 5년 후 0%가 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수입화장품은 FTA 관세 적용 기준이 되는 수입원가가 소비자가격에 비해 매우 낮고, 관세 외에도 환율, 물류비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수입 화장품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면서도 “FTA 체결로 인해 가격인하 요인은 분명하다”라고 설명했다.
브랜드별로 보면 디올은 조사대상 10개 제품중 8개 제품 가격을 올렸다. 디올 매장 직원은 “지난 4월 색조제품을 중심으로 가격이 올랐다”라고 말했다.
디올의 주요 인상 품목을 보면 쟈도르 오 드 퍼퓸 30ml는 지난해 7월 7만9000원이었지만 현재 8만5000원이다.
또 디올의 캡춰 토탈 래디언스 리스토링 세럼 파운데이션 30ml(현재 8만4000원, 2000원↑), 디올 어딕트 립스틱 3.5g(3만9000원, 2000원↑) 등의 가격도 인상돼 판매되고 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조사대상 10개 제품중 아이스투킬(4만4000원, 2000원↑), 페이스 패브릭 40ml(6만2000원, 3000원↑), 래스팅 실크 파운데이션 30ml(7만2000원, 3000원↑) 등 3개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이 밖에도 에스티로더는 더블웨어 스테이 인 플레이스 메이크업 30ml를 작년 8월 6만원에서 5000원(8.3%)을 올려 높은 인상률을 보였다. 크리니크는 버터샤인 립스틱 4g을 2만5000원에서 2만7000원으로 올렸다.
이에 따라 화장품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현재 수입화장품 가격자료를 바탕으로 FTA 발효에 따른 관세인하 효과 및 유통구조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앞으로 FTA 관세 인하 품목 중의 하나인 수입화장품의 가격과 품질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에 수입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FTA로 관세 인하는 소비자가격이 아닌 수입 원가에 적용되는 것이며 3, 5년 점진적으로 적용이 돼 바로 가격에 반영되기는 힘들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미 FTA는 지난 3월 발효됐으며 품목별로 다르지만 미국산 화장품의 8% 관세는 단계적으로 인하돼 색조화장품은 3년, 기초류는 10년 후 철페된다.
조사방법: 기획재정부와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수입화장품 가격동향을 알아보기 위해 조사한 55개 품목을 브랜드 별로 보면 크리스찬 디올 10개, 조르지오 아르마니 10개, 랑콤 9개, 샤넬 9개, 시슬리 8개, 에스티로더 8개, 크리니크 3개 등 총 55개이다. 이중 현재까지 판매되고 있는 제품은 54개다. 이를 종류별로 보면 향수 9개, 네일에나멜 4개, 로션 11개, 립스틱 12개, 아이쇄도우 9개, 파운데이션 9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