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에 빠진 소니 등 일본 내 부품 협력사 자극할까 고민도"
22일 삼성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OLED TV 출시와 함께 일본 프리미엄 TV 시장 재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시장으로 꼽힌다. 일본인들은 자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워낙 강하다. 특히 TV시장은 오랜 동안 세계 1위 자리를 지켜왔던 소니의 안방으로 외산업체에게는 ‘무덤’으로 통한다.
삼성전자도 일본 TV시장 진출 5년 만인 지난 2007년 시장 점유율이 1%가 채 안되는 부진한 실적 끝에 시장에서 철수했다.
지난 2월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부사장)도 “일본은 굉장히 어려운 시장인 만큼 아직 공부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충분히 공부하고 준비를 끝내면 재진출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이 이처럼 난공불락의 일본 TV시장에 재진출하려는 까닭은 일본 시장의 상징성과 시장성 때문이다. 국내 시장 보다 8배 큰 규모에다 점유율을 높이는 것 만으로도 폐쇄적인 일본 시장을 공략했다는 상징성이 있다.
삼성전자가 주력으로 하는 프리미엄 제품이 집중 판매되는 선진시장이기도 하다. 차세대 OLED TV 출시를 계기로 본격적인 시장 진출에 나서려는 이유다.
삼성은 최근 일본 통합법인 일본삼성을 해체하고, 계열사별로 별도법인을 설립해 일본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이같은 움직임도 삼성전자의 TV 시장 재진출에 큰 도움이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본 TV 시장에 진출하지 않는다 해도 세계 1위가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일본 시장은 상징성이 크고 내수시장 규모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TV 시장 재진출을 놓고 삼성전자의 고민도 많다. 소니 등 부품 협력사를 자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한 때 세계 TV시장을 장악했던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샤프 등 일본 업체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밀려난 후, 계속된 사업 부진에 감산과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본 본토를 공략하며 부품 최대 협력사인 소니 등 일본 업체를 자극할 필요가 있겠냐는 것. 삼성은 소니와의 경쟁구도가 불거질 때마다 항상 협력사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삼성 관계자는 “스마트폰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했지만 ‘삼성 갤럭시’가 아닌 그냥 ‘갤럭시’로 판매한다”며 “이는 일본 협력사나 국민들을 자극지 않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일본 내수 시장규모도 감소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일본 TV시장 규모는 2011년 2000만대에서 2012년 이후 1000만대 수준으로 50%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시장을 공략해서 ‘뭘 얻고, 뭘 잃는 지’, ‘그 노력을 다른 시장 공략에 쏟아 붇는 게 나을지’등 일본 TV시장 진출을 둘러싼 기회비용을 놓고 삼성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