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佛, 그리스 사태 해법 놓고 기싸움…재선 노리는 오바마, 어설픈 중재
지난 18일부터 2일간 열린 주요 8국(G8)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들은 위기에 빠진 유럽 문제에 대한 해법을 놓고 격론을 벌였으나 실효성 있는 성과를 내놓지는 못했다.
G8 정상들은 유로존의 혼란이 세계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했으나 구체적인 해결책에 대해서는 각국의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들이 회담 후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G8 정상은 각국 경제를 자극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로 하는 한편 ‘올바른 방책은 각국이 동일하지 않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특히 우려했던 것처럼 프랑스와 독일 총리의 기싸움이 팽팽했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신임 대통령 등 일부 정상은 그리스에 대해 “그리스가 향후 유로존에 머무를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반면 유로존의 맹주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하면 그리스에 대해 구제 조건을 만족시키지 않고 무임승차 해도 상관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게 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G8 정상회담의 의장으로서 독일과 프랑스 정상을 비롯한 역내 정상들에게 유로존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정도에 그쳤다.
유럽의 경제 위기가 재연해 미국으로까지 번질 경우에는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오바마 캠프에도 큰 타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모두 성장과 안정, 재정 건전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시민을 위한 번영이 가능하도록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8의 토의에 참석한 마이클 프로먼 미 국가안전보장 차석 보좌관(국제경제담당)에 따르면 각국 정상은 주요국이 재정을 조정해 경제 성장을 자극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완전히 의견 일치를 봤다. 또한 최선책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뉘긴 했으나 성장을 부추기기 위해선 새로운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도 대략 합의했다.
그러나 논의에 참석한 그 외 관계자는 그리스 문제와 유로존으로 퍼지고 있는 채무 문제 대응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 채 일치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정상회의 후 성명에는 “우리는 그리스가 공약을 지키면서 유로존에 남는 것에 대한 관심을 확인한다”며 격론의 흔적을 남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은 메르켈 독일 총리였다고 전했다.
독일은 유럽의 재정위기 해결을 주도하는 등 역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나라이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와 사담을 나누면서 유럽의 더 많은 나라가 불황에 빠질 수도 있는만큼 예산 삭감을 요구하는 자세를 완화하도록 요청했다고 WSJ는 전했다.
G8 정상들은 유로존 해법에 대해선 입장차를 분명히 한 반면 이란산 원유 수출입 금지 조치에 대한 대비에는 큰 대립없이 합의했다.
핵무기 개발이 우려되는 이란에 대해 G8 정상은 이란에 대한 압력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수개월 내에 실시되는 미국의 새로운 대이란 제재나 유럽연합(EU)의 이란산 원유 수출입 금지 조치가 세계의 원유 공급을 한층 더 혼란시킬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G8 정상은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대해 “시장에 충분하고 시의적절한 원유 공급이 이루어지도록 적절히 대처하고 요청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G8 정상들 대부분은 19일 밤 미국 시카고로 이동해 20일 개막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번 NATO 정상회의에서는 아프가니스탄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