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PC점유율 아직 1위 매출은 감소…혁신적 디자인 애플에 시장 주도권 뺏겨
HP는 지난 1939년 설립 이후 미국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업체로 군림해왔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HP의 지난 1분기 글로벌 PC시장 점유율은 17.2%로 전분기의 16.9%에서 소폭 높아지며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IT산업이 PC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로 전환하는 가운데 HP는 위기를 맞게 됐다.
HP는 지난 회계 1분기(지난해 11월~올해 1월) 순이익이 14억6800만달러로 전년보다 44% 급감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7% 줄어든 300억달러를 기록했다.
HP의 주력 사업인 PC와 프린터사업의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HP는 회계 1분기에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PC 판매가 전년보다 25%, 프린터는 15% 각각 줄었다.
HP의 매출총이익률은 4.75%로 애플의 27.13%에 훨씬 못 미친다.
애플은 시장 혁신을 주도하면서 뛰어난 디자인과 편리한 사용자 환경 등 제품에 높은 부가가치를 부여할 수 있었다.
반면 HP는 제품차별화에 실패하면서 매출에 비해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레오 아포테커 전 HP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8월 갑작스레 PC사업부의 분사를 발표한 것도 들이는 공에 비해 돈을 덜 버는 PC사업 대신에 IT 서비스 등 다른 분야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별 다른 장기대책이나 계획도 없이 PC사업을 포기하겠다는 아포테커의 성급한 결정에 시장은 반발했다.
결국 아포테커는 취임 9개월 만에 경질되고 이베이를 이끌었던 멕 휘트먼이 지난해 9월 새 CEO로 취임했다.
HP의 가장 큰 문제는 창업 이래 연구·개발을 강조했던 ‘HP 방식(Way)’이 퇴색했다는 점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매출에서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2001년의 6.0% 수준에서 지난해 2.6%로 떨어졌다.
도이체방크의 크리스 휘트모어 애널리스트는 “HP는 IBM, 오라클 등 다른 IT기업들보다 R&D 비용을 덜 쓴다”라고 지적했다.
IBM의 매출에서 R&D가 차지하는 비중은 6%, 오라클은 12%에 달한다.
HP는 지난 4년간 인수합병(M&A)에 400억달러의 비용을 썼지만 비전과 전략의 부재로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HP는 지난 2010년 모바일 기기 운영체제인 웹OS 개발사인 팜을 인수했으나 시장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지난해 7월 나왔던 태블릿PC 터치패드는 출시한 지 한달도 안돼 퇴출이 결정되면서 99달러(약 10만원)라는 헐값에 재고처리하는 비운을 맛 봤다.
기업용 검색소프트웨어업체인 영국 오토노미를 지난해 10월 102억달러에 인수했으나 인수설이 나오기 전 오토노비의 시가총액은 30억달러 수준에 불과해 과잉투자라는 비판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