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천 한국거래소 부장
'개가 사람보다 낫네'
아이는 제 방무을 걸어 잠그고
아비의 늦은 퇴근길을
아는 체도 않는데
꼬리를 치고 귀를 눕히고
온 몸으로 반갑다고
잠시만 보이지 않았도
발톱이 으르러지도록 긁어대는
극치의 반가움
'개가 사람보다 낫네'
밥 먹어라 부르면
오만상을 찌푸리고
입맛 없다 투덜대며
숟가락을 드는 둥 마는 둥
음식에게 차마 못할 짓
개밥그룻에 달랑 사료 한주먹에도
주기 전에 달려와서 어쩔줄 몰라
사방을 날뛰며 어서 달라고
먼지 자국 하나 없이
고맙다고 싹싹 핥으며
보고 있으면 절로 더 주고 싶은
'개가 사람보다 낫네'
게임이다 인터넷이다
온갖 불만투성이
남 흉보는 악성댓글
어느 때고 누구에게도
칭찬 한마디 천만에 말씀인데
화장실 앞에서도
방문 앞에서도
말없이 쪼그리고 기다려
늦잠꾸러기 아이에게도
연거푸 반갑다 포옹세례
"네가 나보다 낫다"
'개가 사람보다 낫네'
하나나절 지나고 나면
아이도 어른도 던지는 한마디
'개가 사람보다 낫네'
개팔자가 상팔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