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운용자금 석달만에 1500→5100억원 2.5배 증가 “현 수익률 무의미, 기관참여·전략다양화 과제”
‘한국형 헤지펀드’가 출범 100일을 맞았다. 출시 초 ‘반쪽짜리’ 상품이란 오명을 딛고 운용규모는 석달만에 2.5배나 불어났으며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11개 자산운용사 외에 증권사, 투자자문사 등이 잇따라 출사의지를 밝히고 있어 경쟁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일단 양적으로는 선방한 셈이다.
그러나 기금 등 기관 참여가 적극적이지 않은데다 롱숏(가치가 낮게 평가된 주식은 매수하고 높게 평가된 주식은 매도)에만 몰려있는 닮은꼴 전략은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질적 과제만이 남았다.
◇17개 펀드, 51240억원 운용중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11개 운용사들의 17개 총 헤지펀드 설정액은 출범 초 1500억원에서 3개월여만에 5140억원으로 불어났다. 계열 금융사들의 시드머니(초기 투자금) 및 앵커머니(연기금 등 대규모 투자금) 등이 유입되면서 몸집이 커졌다.
단일 펀드로는 ‘미래에셋스마트Q토탈리턴 (채권)’이 1000억원 가까이 모집하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뒤를 이어 ‘삼성H클럽에쿼티헤지 전문사모투자신탁1호’(836억원), ‘신한 BNP명장 한국주식롱숏 전문사모펀드 1호’(570억원) 등이 잇따르고 있다.
미래에셋맵스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합병하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3개의 헤지펀드 설정액은 1275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두개의 펀드를 통해 1196억원을 모집했다.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초 저금리 기조 및 변동장세 속에서도 절대수익을 안겨준다는 매력 때문에 고액 자산가들 가입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하반기에는 투자주체들이 더 다양해지면서 경쟁열기가 더 뜨거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대우증권, 대신증권, 현대증권, 브레인투자자문, 미레니엄파트너스(미국) 등이 헤지펀드 운용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펀드와 일임 자산 규모가 10조원 이상’이란 운용사들의 진입규제가 완화되면 시장에 뛰어드는 운용주체들은 더 많아 질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박종수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지난달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헤지펀드의 인가 요건을 완화해 보다 많은 금융투자업자가 헤지펀드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책 당국과 협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기관 미온태도 및 닮은꼴 전략 문제”
양적인 성장을 이뤘지만 질적성장을 평가하기 위한 수익률 부분에서는 논란이 많다. 100일짜리 상품에게 벌써부터 성적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도 운용사 및 판매사들에게 수익률 함구를 요청하고 있다.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고도의 운용기술을 요구하는 헤지펀드를 3개월 수익률로 평가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라며 “금융당국에서도 초기 시장이 수익률에 휩쓸리지 않도록 성적을 공개하지 말라는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연기금 등 기관들의 소극적 태도를 보이며 투자를 꺼리고 있는 점 역시 시장발전에 발을 잡고 있다. 당초 자산운용업계는 초기자금(시딩)을 마련하는데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헤지펀드를 출범시키기 위해 일정을 무리하게 밀어붙였기 때문에 정부가 연기금을 동원해 투자 분위기를 조성해 줄것이란 예측 때문이었다.
그러나 연기금들은 최소 1~2년간 운용실적이 쌓기 전까지는 투자에에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만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한국형 헤지펀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운용실적이 없는 상황에서 선뜻 자금 집행에 나서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롱숏’에만 치우친 닮은꼴 전략도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운용 인력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금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계량 모델 개발에 상대적으로 신경을 못 썼던 것도 주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헤지펀드 전략이 협소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초기 시장인데다 자금여력이 풍부한 운용사들의 경우 우수 인력을 확보하고 모델 개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머지않아 다양한 전략의 펀드가 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