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초점, 수출기지 매력 상실…美기업들, 동남아로 이전 러시
‘세계의 공장’ 중국이 흔들리고 있다.
유엔의 집계에 따르면 중국의 제조업 생산규모는 지난 2010년 1조9222달러에 달해 1조8550억달러의 미국을 누르고 세계 1위 제조업 국가로 부상했다.
그러나 제조업 1위로 올라선 지 불과 2년도 안된 지금 많은 기업들이 중국을 벗어나 다른 나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고 있다는 소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왕톈카이 중국 섬유의류협회 총재는 “일부 이탈리아 의류업체들은 중국에서 터키나 튀니지 등 모국과 가까운 곳으로 생산라인을 옮기고 있다”면서 “중국은 더 이상 저가 제품 생산기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동남아시아에서는 같은 기간 1만4496개의 회사가 새로 세워져 전년 동기 대비 8.66% 증가했다.
수출기지로서의 중국의 의미도 점점 퇴색되고 있다.
미국상공회의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 중 75%가 수출보다는 현지를 공략하기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03년에는 24%의 기업만이 중국 내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답한 것과 대조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12차 5개년 개발계획(2011~2015년) 기간 경제에서 수출과 투자 비중을 줄이고 내수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중국 제조업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인건비와 물류비 등 생산비용의 증가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소득불균형 현상을 개선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중국 정부는 오는 2015년까지 최저임금을 연 평균 13%씩 올릴 계획이다.
높은 물류비용도 중국 제조업체에 부담이다.
중국물류구매연합회(CFLP)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체 물류비용은 8조4000억위안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5%에 달했다.
이는 대부분의 선진국에 비해 비중이 두 배 이상 높은 것이다.
혁신의 부족도 중국 제조업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약 5분의 1이 중국산이지만 애플과 삼성, 도요타 등 국가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기업이 중국에게는 거의 없다.
영국 브랜드평가전문기관 브랜드파이낸스가 집계한 ‘2012년 글로벌 500 브랜드’에서 중국 제조업체는 210위의 화웨이가 가장 높은 순위였다. 반면 삼성은 6위, 도요타는 15위를 각각 기록했다.
중국 정부는 혁신 촉진정책의 일환으로 오는 2015년까지 특허 출원 건수가 연 평균 200만건에 이르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지난 2009년의 60만건에서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쉬샤오녠 중국유럽국제공상학원(CEIBS) 교수는 “혁신적인 제품이나 아이디어는 수 많은 시도와 실수, 실패로부터 나온다”면서 “결과를 중시하는 관료주의의 특성상 정부가 혁신을 육성할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 벤처캐피털의 육성 등 시장에서 혁신적인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