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인하압박 커져
지난해 유럽재정위기와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 등의 여파로 주가가 폭락해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거래소와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익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거래대금이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거래소가 선제적으로 수수료율을 낮춰 투자자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에 정기적으로 업무보고서를 제출하는 증권사들의 작년 1∼12월 금융투자상품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모두 4조7032억원으로, 전년의 4조3872억원보다 7.2% 증가했다.
특히 대형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이 늘었다. 동양증권의 작년 수수료 수익이 1635억원으로 17.5% 증가했으며 삼성증권은 4240억원으로 15.7% 늘었다.
현대증권(8.0%)과 한국투자증권(6.1%)도 수수료 수익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10대 증권사 중 수수료 수익이 줄어든 곳은 대우증권(-11.0%) 뿐이었다.
거래소의 작년 수수료 수익도 3422억원으로, 전년의 3256억원보다 5.1% 증가했다.
이 가운데 주식 거래 수수료는 1308억원으로 전년보다 3.8% 늘었다. 코스피200 선물·옵션거래 수수료도 1556억원으로, 9.4% 증가했다. 반면에 주가워런트증권(ELW) 거래 수수료는 작년 하반기 당국의 규제로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전년보다 34.0%나 줄어든 99억원에 그쳤다.
수수료 수익이 늘어난 데 힘입어 거래소의 작년 영업이익도 1722억원으로, 전년보다 4.4% 증가했다.
지난해 주가 급락으로 투자자 대부분이 손실을 봤지만 증권사들과 거래소가 투자를 중개하며 얻은 수익은 줄어들지 않은 것이다.
박은준 신영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작년 수수료 수익이 늘어난 것은 1분기에 시장이 활성화된 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2010년 수수료 수익이 저조했던 것도 작년 수익 증가율을 높인 요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수수료율 인하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거래소는 투자자들의 수수료 부담을 낮추라는 감사원과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라올해 증권거래 수수료율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은 이르면 올해 상반기 안으로 증권사들에 적용하는 수수료율을 거래대금 규모에 따라 차등화하는 체계를 도입하고 10% 이상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