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집만 있으면 다된 줄 알았는데? '자산관리' 다시 짜라

입력 2012-03-0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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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푸어 탈출법-자녀교육·결혼 자금 중심…무리한 주택 구입 말아야

▲일러스트=사유진 기자
대기업 계열사에 근무하는 최모(44) 팀장은 한숨을 쉬는게 버릇이 됐다. 빚 걱정 때문이다.

최 팀장은 집값이 한창 치솟을 무렵인 2006년 2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아파트를 마련했다. 30년 만기 상환 조건으로 돈을 빌려 처음 5년간은 이자만 냈지만 몇 달 전부터는 원금을 포함해 매달 200만원 가량을 은행에 갚고 있다.

월급을 받아도 아이들 사교육비에 부모님 용돈, 각종 보험료와 카드 값까지 다 치르고 나면 손에 남는 것이 하나도 없다.

최 팀장은 2005년부터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어 이러다가 영원히 집을 못 살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에 내 집 마련에 나섰다. 잘하면 집으로 돈을 벌어 볼 수 있겠다는 욕심도 있었다.

그런데 아파트를 구입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무더기 규제가 쏟아졌고 집값은 속절없이 떨어졌다. 7억원을 넘게 주고 산 아파트 값은 이제 6억원 안팎까지 내려왔다.

최 팀장은 “내 집만 마련하면 별 걱정 없이 살 줄 알았는데…”라며 한숨을 내쉰다.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가 대출이자와 빚에 짓눌려 힘겹게 살아가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2011년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자기 집을 보유한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연평균 3688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9.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채총액은 6353만원으로 12.9% 늘었다.

자택을 보유한 가구의 빚이 가처분소득보다 1.4배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그만큼 빚을 갚을 능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올해도 실질임금 상승세보다 경기둔화세가 뚜렷해 하우스 푸어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이들이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집을 처분해 ‘하우스리스(Houseless)’로 전락할 수도 있다.

◇ “네 주제를 알라”…목적자금 중심의 자산관리부터

전문가들은 문제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대출을 받은 데서 시작된 만큼 하우스 푸어 탈출을 위해서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무작정 ‘몇 살까지 ○○억 모으기’식의 재테크 관념을 버리고 자금의 용도에 따라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목적자금 중심의 재테크 전략을 정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녀교육비, 자녀의 결혼자금, 은퇴 후 생활자금 등 자금이 필요한 시가와 규모가 각각 다른 만큼 돈을 모으고 사용하는 시기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병준 동양증권 연구원은 “능력에 맞지 않는 평수, 주택을 고집하다보면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는 하우스 푸어족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일단 욕심을 버려야 하고 몇억을 모으자 보다는 돈을 어디에서 쓸 것인지 목적자금 중심의 자산관리 전략을 짜야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10년 후 직장을 그만둔다면 그 기간까지 일정 소득이 발생하는 만큼 모아두었던 돈을 거치식으로 즉시연금에 넣어 은퇴 직후 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자식교육과 취직, 결혼 자금이 우선시되면 무리한 주택구입으로 하우스 푸어 멍에를 지지 말고 미리 증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조 연구원은 “목적자금의 운용 방법을 정했다면, 종잣돈 모으기에 들어가라”며 “주식형·적립식 뿐 아니라 혼합형펀드나 예·적금 등 다양한 종류의 금융상품에도 관심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정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 차장은 “대부분의 하우스 푸어족들은 안정적 성향이 강한 특징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즉시연금형 상품과 월지급유형 상품들을 추천 할만하다”며 “부동산 경기가 불안정하다보니 현금화가 용이한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도세 올해 한시적 수혜…주택 매매 최적기

현금 흐름이 막막해 주택 매매를 고려하고 있는 하우스 푸어라면 올해를 기회로 삼을 만하다.

올해는 3년 이상 보유한 2주택 이상 보유자가 주택을 양도하는 경우에도 양도차익의 일정비율을 공제하는 ‘장기보유특별공제’제도가 시행되는 만큼 전년도 매매시보다 세율면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장기보유특별공제 대상은 토지, 건물로써 등기되고 보유기간이 3년 이상인 자산으로 보유기간이 클수록 공제받는 금액도 커진다. 단 비사업용 토지는 제외된다.

정경욱 대우증권 세무컨설팅팀 팀장은 “기존엔 2주택시 세율이 50%, 3주택시 세율이 60%였지만 2012년엔 한시적으로 6%~38%의 세율이 적용 된다”며 “주택을 팔아 현금을 마련하려는 하우스 푸어들에겐 올해가 주택매매 최적의 찬스”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이 여러 개인 하우스 푸어가 자녀에게 증여나 양도를 고려하고 있다면 처분시점을 잘 조정해야 세금을 아낄 수 있다.

통상 정부가 연초에 단독주택, 공동주택, 토지 등으로 나눠 표준지 가격을 공시하면 각 지자체는 이를 기준으로 개별(공동)주택과 토지 공시가격을 결정해 발표한다.

이렇게 매겨진 기준시가는 재산세, 종부세, 증여세 등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부과의 기준이 된다.

김용갑 현대증권 프리미어컨설팅팀 세무사는 “기준시가 고시일을 기준으로 증여세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면 부동산 처분시 절세에 도움이 된다”며 “기준시가가 오를 것 같으면 고시일 이전에 증여를 하는 것이 유리하고 반대로 기준시가가 내려갈 것 같으면 고시일 이후에 증여해야 세금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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