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포드 전 CEO의 내부 고발 후유증…신임 최고경영진 후보는 일본인만
회계부정 스캔들로 홍역을 치른 일본 광학기기업체 올림푸스가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일본인을 기용할 방침이다.
영국 출신인 마이클 우드포드 전 CEO의 내부 고발로 장기간에 걸친 비리는 드러났지만 회사가 만신창이가 되면서 외국인 CEO에 대한 적개심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올림푸스가 자사의 의료기기 부문 책임자와 주거래은행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출신 등 두 명을 각각 신임 CEO와 회장직 후보에 올려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림푸스는 지난해 11월 우드포드 전 CEO의 폭로로 1980~1990년 버블기에 투자했던 1000억엔(약 1조5000억원)의 투자 손실을 감추기 위해 분식회계를 해왔으며 회사 인수합병을 위장해 비자금을 조성, 손실을 메웠다고 실토했다.
이후 올림푸스는 추락한 신뢰 회복과 재무 건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새 이사회 조성과 경영진 쇄신도 이 일환이다.
그러나 올림푸스의 경영 쇄신 방침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이들은 주거래 은행에서 회장을 선임하는 것은 이사회 내부에서 이익 상반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은행이 차입자를 사실상 지배하던 시대로 퇴보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이유에서다.
올림푸스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는 사우스이스턴자산운용의 조시 쇼어즈 수석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올림푸스가 은행과 완전히 분리된 회장과 사장을 지명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다”고 말했다.
거버넌스포오너스의 사이먼 웡 파트너도 “전통적인 시스템으로 후퇴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것은 큰 퇴보”라고 지적했다.
거버넌스포오너스는 영국 기관투자가 대표를 맡고 있다.
올림푸스의 새 경영진 후보를 검토하고 있는 지명위원회는 일본 화학업체인 아사히카세이의 히루타 시로 전 사장과 전직 도쿄지검 특수부장을 지낸 가와카미 가즈오 변호사, 전 신일본제철 상무를 지낸 니시카와 모토히로 변호사 3명으로 구성돼있다.
올림푸스 주주는 오는 4월2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새 이사회를 선출할 전망이다.
다카야마 슈이치 현 사장을 포함해 경영진 대부분이 물갈이된다.
지금까지 최고 경영진 후보는 일본인만 거론되고 있지만 외국인이 기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식통은 지명위원회가 외국인 주주들이 추대한 후보를 최근 만났다고 밝혔다. 사우스이스턴은 2명의 외부 인사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새 경영진은 절반 이상이 사외 이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