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기한 임박…자금줄 끊기면 독자 생존 불가능
실적 악화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 반도체 업체 엘피다메모리가 벼랑 끝에 내몰렸다.
엘피다는 오는 4월2일까지 차입금과 회사채 등 920억엔(약 1조3194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하지만 경제산업성과 주거래은행 등 채권단과의 협상이 난항하면서 생존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엘피다는 이날 제출한 2011 회계연도 3분기 (2011년 10~12월) 결산 보고서에서 채권단과의 협의 가능성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엘피다는 “협상이 당초 예상만큼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며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해 계속기업의 전제에 대한 중대한 불확실성이 인정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시장에서는 엘피다가 경제산업성 등 채권단과 채무 이행에 관련된 지원 방안에 대해 협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관측이 확산됐다.
엘피다는 대출 만기 연장이나 추가 지원을 받지 못하면 독자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본 신용평가사인 일본신용등급연구소(JCR)는 이를 이유로 이날 엘피다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등급 중 최저인 ‘BBB’로 한 단계 강등, 가뜩이나 심각한 상황에 기름을 부었다.
아사히생명자산운용의 나가타니 요시히로 펀드매니저는 “지원이 불확실하다는 상황은 변함없다”면서도 “정부 입장에선 공적 지원을 해서라도 ‘생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원을 계속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계 3위 D램 반도체 메이커인 엘피다는 과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위해 몸부림쳐왔다.
지난해 하반기 세계 D램 가격은 53% 하락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급부상하면서 D램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으로 D램 가격이 원가 이하로 떨어지면서 업계의 실적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
엘피다도 가격 경쟁의 희생양이었던 것이다.
엘피다의 작년 3분기 매출은 598억엔으로 전년 동기의 3분의1 수준으로 침체됐다. 순손실은 421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 확대했다. 이로써 엘피다는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