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코웨이 살 국내기업 없네

매각금액 1조5000억 中企 여력 없어…대기업 계열사 확장 정부·여론 눈치

윤석금 웅진 회장이 ‘팔을 하나 내놓는 심정’으로 웅진코웨이 매각에 나섰다. 하지만 선뜻 인수라겠다는 기업이 없어 향후 매각 작업은 험난할 전망이다. 대기업은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고, 중소기업은 그만한 여력이 없다. 결국 외국계 기업 품에 안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수기 업계 부동의 1위 웅진코웨이에 대한 매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시너지 효과를 고려하면 업계 2위인 청호나이스나 3위인 교원L&C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동종업계에서 인수하기에는 웅진코웨이의 덩치가 너무 크다. 매각금액이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에 자금여력이 있는 대기업이 아니면 인수가 힘들다는 얘기다.

문제는 대기업들도 사회적 압력 때문에 웅진코웨이 인수에 적극 나설 수 없는 처지다. 업계에서는 웅진코웨이 매각 발표가 나오자 새 주인으로 가장 먼저 LG전자를 거론했다. 신성장동력으로 수처리 사업을 강화하고 있고, 정수기 시장에서도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그러나 “특별히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CJ·롯데 등 다른 대기업들도 인수전 참여를 부인했다.

이는 올해 총선과 대선 등 양대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대기업 때리기’가 거센 상황이 한 몫하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일감 몰아주기 제재 등 정치권의 다양한 압박 속에서 대기업들은 계열사 확장에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또 정수기 분야는 청호나이스·교원L&C·쿠쿠홈시스 등 중소·중견업체들이 주로 활동하는 영역이다. 최근엔 중소기업적합업종 심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만약 LG전자 등 대기업이 웅진코웨이 인수를 통해 정수기 업계를 장악한다면 이에 대한 좋지 않은 여론은 불 보듯 뻔하다. 최근 삼성 등 대기업들이 빵사업에서 잇달아 철수한 것도 이같은 여론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방문판매 조직을 갖춘 암웨이 등 다국적업체 혹은 해외 사모펀드(PEF)가 웅진코웨이를 인수하지 않겠느냐고 관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웅진코웨이를 인수하고 싶어도 중소 업체가 경쟁하는 정수기 시장에 진출할 경우 비판적인 여론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결국 외국계 기업에 웅진코웨이를 뺏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이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웅진코웨이의 매각 가격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내려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치·사회적인 압력이 M&A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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