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자산 선호 심리·日기업 해외 M&A 등 원인…엔화 가치, 달러 대비 80엔대로 하락 전망
수년에 걸쳐 지속되고 있는 엔고 추세가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투자자들은 대표적 안전자산인 엔화에 몰렸다. 엔화 가치는 최근 3년간 달러에 대해 30% 이상 올랐다.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에도 엔화 수요는 급증해 엔화 가치는 지난해 10월31일 달러에 대해 75.31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주식 등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커지고 일본 기업들이 엔고 현상을 이용해 해외자산 인수에 나서는 등의 이유로 엔화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달러·엔 환율은 77엔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히라노 아쓰시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외환 거래 부문 대표는 “달러 가치가 점진적으로 올라 오는 3월에는 달러·엔 환율이 80엔대를 찍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의 사하라 미쓰루 선임 외환 딜러는 “투자자들의 가장 큰 목적은 이익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이 장기간 낮은 수익률의 엔화 자산에 돈을 묶어둘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은 엔고 현상을 이용해 해외 인수·합병(M&A)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일본 기업 해외 M&A 규모는 684억달러(약 77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이 해외 M&A 자금 마련을 위해 엔화를 팔고 달러 등 외화를 매입했다는 의미다.
일본이 지난해 31년 만에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출이 둔화세를 보이는 것도 엔화 가치 상승을 억제하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본의 지난해 수출은 전년보다 2.7% 감소한 65조5547억엔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역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