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삼성과 특허 전쟁.. 월풀, 삼성-LG 상대로 반덤핑 제소와 특허 소송.. 美 日 반도체 기업은 연합전선 구축 시도
전세계를 호령하는 기업들이 삼성전자, LG전자, 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에 대한 견제 강도를 강화하고 있다. 100년 전통의 월풀도, 모바일 시장 강자 애플도,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전자·IT 업계를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자 이를 견제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정용 세탁기에 대한 덤핑 판매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말 월풀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국과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대형 가정용 세탁기를 미국에서 원가 이하로 덤핑 판매하고 있다며 당국에 제소했다.
같은 해 3월에 이들 회사를 상대로 냉장고 덤핑 판매 혐의로 제소한 데 이어 두번째다. 덤핑이 최종 확정될 경우 삼성과 LG전자는 금전적 부담은 물론이고 대미 수출에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월풀은 반덤핑 제소뿐 아니라 특허 소송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009년 LG전자가 양문형 냉장고의 '물과 얼음 분배장치(디스펜서)'에 물을 빠르게 채울 수 있는 기술에 대한 특허를 따내자 월풀은 먼저 발명한 것은 우리라며 LG전자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5일(현지시간) 미국 특허청은 "월풀이 적합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LG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월풀이 이처럼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상대로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은 이들 회사로 인해 세계 시장에서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티븐슨 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미국 하단냉공고형(프렌치도어) 냉장고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24%, 21.7%로 1, 2위를 차지했다. 반면 월풀은 5.7%에 머물렀다. 월풀의 매출액을 살펴봐도 2006년 181억 달러에서 2010년 184억 달러로 3년 동안 불과 3억달러 상승에 그쳤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세계 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의 견제는 더 커지고 있다.
세계 D램 반도체 3위 업체인 엘피다는 세계 4위 D램 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 5위 업체인 난야와 경영 통합을 위한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난야의 통합이 성사될 경우 세계 D램 반도체 판도는 한국 업체와 일본·미국·대만 연합의 경쟁 구도로 재편된다.
현재 D램 세계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45.1%)와 하이닉스반도체(21.6%)가 나란히 1, 2위를 달리고 있고 엘피다(12.2%), 마이크론테크놀로지(12.1%)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엘피다 등 3사가 통합할 경우 세계시장 점유율은 약 28%로 2위인 하이닉스반도체를 앞선다.
지난해 부터 반도체 가격은 날개 없이 추락하며 현재 원가 이하로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에 대해 상대적으로 기술경쟁에서 밀린 외국 업체들은 연일 적자에 허덕이며 자금난에도 직면했다. 결국 연합전선을 구축, 자금난을 타개하고 제품 경쟁력을 높여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견제하겠다는 포석이다.
세계 모바일 시장 패권을 잡았던 애플이 삼성전자에게 거센 추격을 당하자 전세계 유례없는 특허전쟁을 시작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각종 특허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과거 기득권을 갖고 있던 기업들에게 삼성이나 LG 같은 우리나라 기업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됐다"며 "앞으로도 전세계 기업들의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견제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