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업의 자회사 흡수·경영자 매수 급증
일본 증권거래소의 상장기업이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해 일본 상장기업 수는 3593사로 전년보다 53사 줄어 2001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적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쿄 증시의 상장기업 수는 2007년 말 3942사로 최다를 기록한 후 4년간 거의 10%가 감소했다.
신문은 기업들이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업 재편 차원에서 산하의 상장사를 흡수하는 사례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히타치제작소의 경우 산하 히타치맥셀과 히타치플랜트테크놀로지 등 산하 5개 상장사를 흡수했고, 초밥 체인업체인 교타루는 지난해 요시노야홀딩스 산하로 완전 편입돼 상장이 폐지됐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하는 사례는 2006년도에는 417사에 이르렀지만 작년에는 9월까지 302사에 그쳤다.
노무라증권의 니시야마 겐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추세는 기업들의 경영 효율 차원에서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영자 매수(MBO)로 상장이 폐지된 사례가 늘어난 것도 상장 기업이 급감한 이유로 지목됐다.
지난해 MBO는 사상 최고인 21사에 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DVD 렌탈 체인 쓰타야(TSUTAYA)의 컬처컴비니언스클럽이 MBO에 의해 상장이 폐지된 대표적 사례다.
도쿄증권 1부에서 평균 주가순자산배율(PBR)이 청산가치의 기준인 1배를 밑도는 수준으로 침체해 상장의 매력이 떨어졌다고 보는 경영자도 적지 않다.
PBR은 전체 주식가치(시가총액)를 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회사 순자산에 업계 평균 PBR을 곱하면 대략적인 기업가치를 가늠할 수 있다.
기업공개(IPO)가 활발하면 자회사를 흡수하거나 MBO로 PBR을 보충할 수 있지만 지난해 IPO는 37사로 2006년(188사)의 20%에도 못 미쳤다.
주가 침체가 장기화해 리스크를 감수하고 IPO를 감행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신문은 해외와 달리 일본의 상장 기업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데 우려를 나타냈다.
주가 하락과 IPO 정체, 상장 기업 감소라는 악순환으로 일본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외에서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상장기업 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국제거래소연맹(WFE)에 따르면 작년 11월 시점에서 세계 상장 기업 수는 4만2548사로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증가 영향으로 전년 말 대비 1.4%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