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제언]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

잠재적인 갈등을 잘 드러내서 공개화하고 함께 논의하고 이를 통해 명확해진 이슈를 바탕으로 문제 해결 과정으로 넘가야 한다. 충분한 정보와 토론을 바탕으로 합의롤 통해 문제를 해결해 사회적으로 잠복된 문제를 드러내게 하는 것을 갈등의 평화적 해결 내지 건설적 해결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사회는 여태까지 갈등으로 인한 부정적 측면, 사회적인 비용만을 과대하게 얘기하는 반면, 갈등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의제 설정이나 불만해소의 기능, 갈등해결 과정을 통한 사회발전 기능은 야박하게 얘기하거나 평가절하했다. 이에 따라 갈등이 불가피한 것일 뿐 아니라 갈등을 잘 드러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갈등이란 양날의 칼과도 같다. 갈등이 과도하게 진행돼 파국으로 치닫거나 관계가 단절돼 사회가 붕괴되는 경험도 많이 있다. 이는 갈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핵심적으로 문제를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드러나게 해야 한다. 문제를 제기하고 드러낼 수 있는 사회적인 제도와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고, 이해 관계자의 성숙된 역량이 필요하다.
또한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정부와 시민사회의 역량이 필요하다. 갈등을 해결하려면 의제도 적절히 설정해야 하고 논의를 조직하고 이끌어 갈 수 있는, 논쟁을 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사회는 아직도 평화적, 건설적인 해결을 이끌어 내기에 누적된 역량이 상당히 부족하다.
우리 사회는 갈등이 발생하면 논의를 통해 합의를 도출하기 보다는 소송같은 법적인 기제에 의해 해결하려는 경향이 상당히 강하다. 외국에 비해서도 소송건수가 굉장히 많은데, 일본에 비해서도 7.6% 가량 많다. 또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해 갈등이 쉽게 정치 쟁점화 된다. 이해 당사자들간에 풀어야될 문제를 정치인이 대변해 정치적 갈등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갈등을 제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장치 마련과, 제도를 운영할 줄 아는 성숙한 시민역량 누적이 선행돼야 한다.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