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갈등의 시대]제왕적 리더십 한계…'갈등' 껴안는 '통섭'의 눈 가져라

⑦리더십 부재-한강의 기적·10대 경제대국…성장시대 패러다임 전환 요구

최근 공중파 방송의 개그 프로그램 중 ‘애정남’이 장안의 화제다. ‘애매한 것을 정하는 남자’의 준말로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나름대로의 기준을 정해서 재치있게 정리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모든 게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는 시청자들은 그들의 멘트에서 공감하는 반응이다. 단순한 개그 꽁트지만 그 내면에는 우리 사회의 모순을 신랄히 비판하는 풍자가 숨어 있음을 짐작케 한다.

우리사회에서 개인과 개인, 단체와 단체, 개인과 단체 등 서로 대립각을 세우데는 갈등의 요소를 명쾌히 정리하지 못하는 애매한(?) 상황들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애매하다는 것은 ‘이것인지 저것인지 명확하지 못한 것’을 뜻하는 데, 난감하고 쉽지 않다는 것을 포괄한다. 애매한 것을 ‘정하는’ 기준은 무엇이며, ‘누가’ 그 역할을 하는가?

사회 구성원의 모든 활동이 ‘선택’과 ‘결정’의 과정이라면 어려운 상황에서 과감한 결정을 내리고 모든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쪽은 리더다. 그들의 평가는 위기·갈등에 대한 대처 방식에서 판가름 난다.

어리석은 리더들은 다가오는 위기·갈등을 애써 외면하거나 부정하다 조직과 국가의 붕괴를 초래하는 반면 뛰어난 리더들은 이를 도약의 발판으로 활용해 비약적 발전을 이끌어낸다.

◇혼돈의 시대, 강력한 리더십이 관건?= 최근 다른 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든 한국식 오너십 경영을 주목하는 이가 늘고 있다. 주인이 확실한 회사가 결국 위기에 강한 면모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결국 해외 글로벌 기업과 우리 대기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얼마나 길게 보고 기업을 운영하느냐’에 있다는 말이다.

해외 CEO의 경우 임기가 적으면 1년, 길어야 3년에 불과하다.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고 중장기 투자엔 소홀할 수 밖에 없다. 반면 한국 대기업의 오너들은 단기적인 성과보다 10년 후, 30년 후를 생각한다.

현대·기아차가 다른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수뇌부가 몇 차례나 바뀌는 동안에도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추진한 품질경영이 지금의 위치에 올라서게 한 셈이다.

그러나 창조성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고, 갈등 구조도 복잡다기화하는 2012년 한국적 상황에서 어떤 리더십이 적절한 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이런 점에서 과거 정부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는 정치권, 관료, 재벌이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하고 산업화를 이뤄내 갈등의 구조를 봉합했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 정부는 시민사회와 정부, 시장의 신삼각구도로 갈등을 봉쇄하려다 실패했다. 어느 정권보다 경제부문에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 이명박 정부지만 결국 ‘빈곤화 성장’을 촉진해 실패한 정책으로 내몰리고 있다.

올해는 1930년대 대공황을 연상케하는 글로벌 경제위기, 북한 김정은 체제의 등장, 선로로 인한 국내정치 격변, 서민경제 위축 등 악재가 수두룩하다. 그렇다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이 혼돈에 빠져 있는 상황을 수습하는 리더십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우리는 사회는 ‘자기희생을 하는 리더들의 등장’을 요구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유가 백신을 무료로 나눠주고, 재산을 기부하는 등 희생하는 리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신분에 따른 윤리적 혹은 도덕적 의무가 리더의 조건에 안착하고 있다.

◇우리사회 리더십 ‘한계에 봉착했다’= 해방 후 절대빈국이었던 우리나라는 선진국들의 원조를 마중물 삼아 한강의 기적을 이룩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했다. 이같은 커다란 변화에는 역대 대통령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의 리더십이 상당한 작용을 했다.

그러나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리더십은 이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강력한 1인의 리더십은 단기간 고도성장을 이뤄내는 데 막강한 효율성을 발휘했지만, 유연성이 부족해 권력의 오·남용이라는 부작용을 발생시켰다.

특히 소득 수준 향상에 따른 국민 의식 수준의 제고와 IT의 발달로 인한 사회적 환경의 변화, 세계 경제의 악화 등 글로벌 환경의 급변, ‘자본주의 4.0’이란 개념으로 대표되는 진화된 경제체제에 대한 요구 등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변화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카르스마 넘치는 1인 제왕적 리더십은 한계에 봉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우리나라 국가 리더십이 변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과거와 현재의 리더십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소통의 부재 △미진한 사회적 통합 △장기적 비전의 부재 등이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힌다.

◇흑룡의 해, 리더는 ‘이분법을 넘어서라’= “귀를 열고 예스맨을 멀리하라.” “전능하다는 생각을 버려라.” “뇌물은 나를 망친다.”

올해 우리사회에 리더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서점가에는 바람직한 리더상에 대한 서적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금껏 우리 사회가 갖지 못한,‘대통령 자격론’에 대한 요구가 봇물처럼 넘쳐 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이념·세대·지역·계층·노사·다문화 등 다양한 사회갈등들이 한꺼번에 분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갈등을 해소하고 국가적 에너지를 결집시키기 위해서는 관용에 기반한 통합력이 미래 리더의 핵심 덕목으로 부각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양극화의 심화, 좌우 이념 갈등의 폭발과 세대 갈등의 격화 속에 국민적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미래의 지도자에게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수렴해 통합을 이끌어 내는 능력이 필수적”이라며 “‘내 생각이 무조건 옳다’는 아집 또는 독선으로는 결코 사회 통합을 이뤄낼 수 없고, 오히려 지도자 자신이 갈등을 부추길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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