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봄날 갔다…지난해 보너스 2008년래 최저

입력 2012-01-0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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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악화로 인한 비용 절감·반월가 시위 따른 눈치도 영향

월스트리트에서 당분간 보너스 잔치를 기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의 지난해 보수 총액은 2008년 금융 위기 촉발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월가에서는 작년 4분기(10~12월) 결산과 2011년도 보너스 책정 작업이 한창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파트너 400명의 보수가 전년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깎일 전망이다. 채권 트레이딩 부문에서는 보수가 60% 삭감되는 경우도 있으며, 심한 경우는 보너스가 아예 없는 직원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모건스탠리에서는 투자은행 부문의 일부 직원과 트레이더의 보너스가 전년보다 30~40%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현재 보수 수준에 만족하는 직원이 늘고 있는 데다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로 국민 감정이 극에 달하면서 보너스 잔치를 벌이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여기다 트레이딩 수입 감소와 기업 인수·합병(M&A) 침체, 규제 강화 등 월가를 짓누르는 악재들이 주가와 실적 침체를 유발한 것도 보너스 감소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은 분기마다 수입의 일정 비율을 보수 및 복리후생비로 적립하고 있다.

WSJ가 34개 은행의 분기 실적과 애널리스트의 예상치를 분석한 결과 2011년 1~3분기 보수 및 복리후생비는 총 1720억달러(약 199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막상 1년을 마치고나니 실망스러운 실적에 분노하는 주주를 달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복리후생비를 대폭 줄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4분기 지출을 기존대로 유지할 경우 2011년도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38만5000달러로 2010년의 43만1000달러에서 10.7% 감소할 전망이다. 호황기였던 2007년에는 66만1000달러였다.

시장조사업체인 팩트셋리서치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지난해 회사의 수입이 23% 감소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전임 파트너의 경우, 기본급과 보너스를 포함한 2011년 보수는 300만~650만달러 범위가 될 전망이다. 예전같으면 이들은 이 2배 수준을 보수로 챙겼다.

더 암울한 것은 경제·규제 면에서의 변화가 금융권의 실적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기업 자문업체인 컴펜세이션 어드바이저리 파트너스의 로즈 마리 오렌스 수석 파트너는 “은행들은 지금까지 이어져온 보너스 관행이 끝났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동안 월스트리트는 앞날에 대비해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져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고위 간부의 보너스가 대폭 깎이면서 일부에서는 중견 간부급의 보너스가 더 많아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은행권의 비용 절감 대상은 보수 이외에 구조 조정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작년 하반기 20개에 이르는 글로벌 은행과 증권사들이 총 10만3000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월가의 뱅커들은 한파를 몸소 체험하며 대응하고 있다.

일부는 매년 보수에서 현금 대신 자사주 비율을 늘리는 한편 자금난에 직면한 일부는 부동산을 팔거나 대출을 받아 생활하는 경우도 있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그러나 금융사들은 여전히 수입의 대부분을 직원 보수에 충당하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WSJ에 따르면 2011년 보수·복리후생에 충당되는 수입은 36%로 2010년의 33%에서 증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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