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날개 없는 추락…국내 금융시장 영향은?

유로화 심리적 저항선 붕괴…유로존 리스크 지속 시사

유럽 재정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좀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유로 리스크를 대변하는 유로화가 가파른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유로화는 그동안 심리적 지지선 역할을 하던 1.3달러 수준을 밑돌면서 전저점이던 1.2달러 수준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9일 현재 유로화는 전날대비 0.0041달러 내린 1.2692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유로화가 1.28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0년 9월13일 이후 처음이다.

금융 전문가들이 올해 상반기 중 유로화의 추가 약세를 점쳐왔으나 최근 약세 흐름이 시장의 전망치보다 더욱 가파른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주요 비달러 통화들이 동반 약세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유독 유로화만이 약세 현상을 나타내 유로존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을 대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초 유로화의 약세 압력이 높아진 것이 1월 혹은 2월 위기설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 분위기와 미국 경제지표 서프라이즈 등으로 잠잠했던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국채시장 불안 우려가 1~2월 위기설과 맞물려 재차 금융시장로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전문가들이 꼽은 유로화 하락 압력 요인은 △1분기중 유로존내 자금경색 심화 가능성 △ECB 및 독일 등의 적극적 의지 부족 △경기침체 폭·기간 확대 우려 △새로운 자금경색 리스크 대두 등 네가지다.

2월부터 집중되는 이탈리아 및 스페인 등의 국채만기 부담은 ECB의 잇따른 유동성 공급 조치에도 불구하고 유로존 금융시장내 자금경색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1분기중 유로존내 국채만기액이 상대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미국 국채만기도 1분기중 집중돼 있어 유로존 자금경색 우려를 심화시킬 수 있다. 또한 자금시장의 경색 현상이 국채시장뿐만 아니라 은행채 시장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국채 만기가 집중돼 있는 1분기중 은행채 만기 역시 집중돼 있다.

유로존의 경기 펀더멘털 약화도 무시할 수 없는 악재다. 당초 올해 1분기를 저점으로 유로존 경기가 침체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최근에는 경기침체 국면이 3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아울러 헝가리 경제가 유로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지만 헝가리가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가뜩이나 힘든 유로존 은행들에 또 다른 충격을 줄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유로화 약세는 국내 경기와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일단 유로화 약세는 달러화 강세로, 원화 약세가 국내 수출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란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러나 국내 수출수요 둔화와 유럽계 자금의 추가 이탈 등을 통해 국내 경기와 금융시장에 커다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유로화 약세 심화는 유로 경제의 자금경색 및 경기침체를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국내의 대유로 수출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어 상반기 국내 수출증가율 둔화의 주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금융시장에서 유럽계 자금을 중심으로 한 추가 이탈 압력도 간과할 수 없는 부정적 효과로 손꼽힌다. 유로존 자금경색 심화와 금융기관의 디레버리징 본격화는 유럽계 자금의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추가 이탈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욱이 유로화 약세 현상이 심화될수록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 등의 청산이 본격화될 수 있어 국내 외국인 자금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아울러 유로화 약세, 즉 달러 강세에 따른 원자재 가격의 추가 조정압력도 국내 경기와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원자재 가격 하락이 중장기 관점에서 물가나 기업들의 비용측면에서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국내 주력 수출제품의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부터 거세지고 있는 유로화 약세 현상이 궁극적으로 유로존이 안고 있는 각종 리스크가 더욱 확대되고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국내를 포함해 글로벌 경기와 금융시장내 유로존 리스크가 당분간 한층 확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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