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급준비율 3년 만에 0.5%P 인하
중국이 긴축정책 종료 신호탄을 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은행 지급준비율(지준율)을 오는 5일부터 0.5%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의 지준율 인하는 지난 2008년 12월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대형은행 지준율은 사상 최고 수준인 21.5%에서 21.0%로 떨어지게 됐다.
스위스 은행 UBS는 이번 조치는 중국에서 약 3900억위안(약 70조원)의 유동성을 푸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내년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구정)가 다가오기 전 잠재적 신용경색을 예방하기 위해 인민은행이 내년 1월 전에 다시 지준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HSBC는 추가 지준율 인하와 함께 정부가 대출한도를 다시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부동산 버블 위기가 다시 고조될 위험에도 불구하고 지준율을 내린 것은 정책 초점이 ‘인플레이션 억제’에서 ‘경제성장’으로 다시 전환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긴축정책과 더불어 유럽 재정위기 등 글로벌 경제불확실성 속에 중국 경기회복세가 뚜렷하게 느려지고 있는 것이 이번 지준율 인하 배경이다.
왕치산 중국 부총리는 지난달 말 “세계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질 우려가 있다”면서 “경기회복세를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역설했다.
마크 윌리엄스 캐피털 이코노믹스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수주간 중국 경제지표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면서 “부동산은 제로 성장을 나타내고 있고 11월 수출은 부진한 성장세를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지난 10월 부동산 거래 건수는 전월 대비 25% 감소했고 70개 대도시 중 33개 도시의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나타냈다.
션인왕궈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11월 중국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12.5% 늘어나 전월의 13.2% 증가율에 못 미칠 것”이라며 “수출 증가율도 지난 10월의 15.9%에서 지난달에 7.7%로 떨어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부동산 버블과 은행 부실화 우려에 지난 2008년과 같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취하기는 어렵지만 유럽 재정위기 등 외부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긴축정책을 완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에사르 프라사드 중국 전문가는 “지준율 인하는 중국 정부가 수출수요 감소에 대비해 내수를 부양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