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이하 BOA)가 2008년 인수한 메릴린치를 분사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BOA는 실적 악화와 모기지를 둘러싼 법적 문제, 주가 폭락, 체크카드에 수수료 부과했다 미운털이 박히는 등 창사 이래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BOA는 이번주 브라이언 모이니한 최고경영자(CEO) 주제 하에 3일간 전략회의를 열고, 비용 감축과 비핵심 자산 매각, 모기지 문제 대응 등 전방위 전략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BOA에서 수익성이 가장 높은 메릴린치의 거취 문제도 논의 선상에 올라있다고 WSJ는 전했다.
다만 메릴린치의 분사 문제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소 차이가 있다.
분사라 하면 모회사가 자회사를 떼어내는 것으로 여기기 십상이지만 오히려 메릴린치가 BOA를 떠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금융 위기 당시 메릴린치는 BOA에 의해 구사일생해, 현재 BOA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후 BOA가 난국에 처하자 메릴린치 내에서 독립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메릴린치의 자산관리 부문에서 부유층을 담당하는 한 직원은 “우리(메릴린치)의 정체성을 부활시키고 싶다”며 “BOA와 엮인 것 자체가 수치인만큼 분리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BOA 이사회는 이번 전략회의에서 메릴린치의 거취 문제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모이니한 CEO와 측근들은 작년 11월 BOA에서 메릴린치를 분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이를 이사회에 제출했으나 실현되지는 않았다.
최근 메릴린치의 분사 문제가 재부상한 것은 BOA의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의미다.
모이니한 CEO는 2009년 CEO 물망에 올랐을 당시, BOA를 분리하기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사회가 리스크 회피의 일환으로 메릴린치의 분사를 요구한 CEO 후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모이니한 CEO는 메릴린치를 분사하면 BOA에서 거대 이익을 창출하는 부문은 물론 다양한 고객 기반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메릴린치도 BOA에서 분사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WSJ는 지적했다.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자금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제프리스그룹도 마찬가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