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말 이후 9조엔 이상 개입했을 듯...리스크 회피 심리로 엔고 불가피
일본 당국의 은밀하고도 지속적인 고강도 처방에도 불구하고 엔고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뉴욕외환시장에서 지난 11일(현지시간) 엔화 가치는 달러에 대해 77.49엔으로 치솟으며, 당국이 환율 개입을 단행한 10월31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은 지난달 31일 엔화 가치가 달러에 대해 사상 최고치인 75.35엔까지 치솟자 사상 최대인 7조엔 이상을 풀어 환율 개입을 단행했다.
엔화는 이후 달러당 79엔대까지 떨어졌지만 11월 들어 78엔대에서 움직이며 강세를 이어갔다.
도단리서치의 다카하시 유이치 수석 연구원은 “일본은행이 보유한 국채가 증가했다”며 “당국은 10월31일 이후에도 개입을 단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의 개입 규모가 지난달 31일 개입 분을 포함해 최대 9조1000억엔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고가 지속되면서 엔고를 막는 것은 힘들다는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은행 출신인 크레디아그리콜의 세키도 다카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리스크 회피 심리가 계속되는 한 환율 개입 만으로 엔고를 저지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럽 채무 위기를 배경으로 리스크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는 엔화에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미국의 3차 양적완화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엔고 압력은 한층 강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추가적인 개입은 힘들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개입을 계속했다간 주요 7개국(G7)의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찰스 콜린스 미국 재무차관보는 지난 7일 “시장이 크게 요동치지 않는 한 환율은 시장의 힘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G7의 약속”이라며 일본의 환율 개입에 일침을 가했다.
반면 지난 12일 일본을 방문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과도한 변동을 억제하기 위한 일본의 환율 개입은 G7 및 주요 20개국(G20)의 정신과 일치한다”며 엔고 저지를 위한 일본 당국의 개입에 공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