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링거 CEO “새로운 개념의 프리미엄 TV 개발”…TV사업 악화로 올해 10억달러 손실
만성 적자로 위기에 빠진 소니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하워드 스트링거 소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조찬 연설에서 디자인을 앞세운 애플과의 경쟁에도 뒤지지 않는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 점유율을 늘리려는 TV 업계의 욕망이 치열한 경쟁을 초래했다”며 “이로 인해 고가의 차세대 TV 출시를 가로막았다”고 일침을 놨다.
그는 “우리를 부진에 빠뜨린 TV를 계속 팔 수는 없다”며 “고 스티브 잡스도 전통적인 TV 개념은 바꾸지 못했지만 우리는 전혀 다른 차원의 TV를 내놓기 위해 파격적인 연구·개발(R&D)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소니는 지난주 TV 부문의 부진 여파로 내년 3월말 끝나는 2011 회계연도에 10억달러(약 1조1280억원)가 넘는 적자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 TV 시장에서 소니만 유독 고전하는 것은 아니다.
TV 모델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이 심화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업계의 실적에 적지않은 부담을 주고 있다.
스트링거 회장은 소니의 새로운 도약이 애플을 모델로 삼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나는 지난 5년 동안 잡스와 경쟁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했다”면서 “이제 완성돼 곧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애플 아이폰의 외관은 정말 잘 짜여졌다”며 디자인에 주목했다.
그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낸 애플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잡스가 생전에 “소니는 제품 수를 더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 점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는 대규모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을 수반하는 것이어서 회사로서는 어려운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링거 회장은 올해를 소니의 최악의 해로 꼽았다.
지난 3월11일 대지진·쓰나미로 생산 라인이 큰 피해를 입었고, 4~5월에는 온라인 시스템 해킹으로 개인정보가 대거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여기다 태국 홍수까지 겹치면서 다방면에서 소니의 실적을 압박하고 있다.
스트링거 회장은 “그러나 이 같은 일들은 많은 배움을 줬고 변화의 때임을 알려줬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니를 떠나지 않을 것이며 계속 남아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 내년 3월말 CEO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으나 향후 거취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소니의 주가는 지난 1년간 49%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