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태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번지면서 유럽 은행들이 달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은행권의 자금 조달 금리가 상승하면서 자금 수요가 급증하는 연말을 앞두고 달러 확보가 한층 어려워진 것이다.
유럽 은행권의 단기 자금 금리는 영국은행협회(BBA)에 보고되는 금리 수준을 웃돌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실제 차입 비용이 런던 은행간 금리인 리보(LIBOR) 수준을 웃돌고 있다는 의미다.
리보 달러 3개월물은 지난 2일 현재 0.43%로, 6월의 0.24%대에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리보는 세계의 다양한 금리나 채권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재정위기의 진원지인 유럽 은행의 자금 조달 금리는 미국에 비하면 훨씬 높다.
2일 거래 금리는 미국 은행이 0.3%대였던 데 반해 유럽 은행은 0.4%대 후반에 거래됐다.
유럽 은행 내에서도 금리 수준은 천차만별이었다.
도이체방크는 0.35%였지만 로열뱅크오브스크틀랜드(RBS)나 소시에테제네랄, UBS는 0.48%대였다.
도이체방크의 스튜어트 스팍스 금리 스트래티지스트는 “이 같은 괴리는 시장의 신용리스크 평가에 부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역내 재정위기 해법에 대한 포괄적 대책에 합의했지만 11월 들어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재점화하면서 금리 수준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BBA에 따르면 지난 1일 3개월물 리보 평균은 0.4317%였다. 프랑스의 BNP파리바, 소시에테제네랄, 크레디아그리콜의 리보 수준은 0.47~0.52%였다.
관계자들은 이들 3개 은행은 이 수준보다 0.1%포인트 높아도 지불할 뜻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만큼 달러 확보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한 트레이더는 크레디아그리콜은 3개월물에 대해 0.65%, 소시에테제네랄은 0.61%의 금리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들 프랑스 3대 은행의 리보 수준은 스페인 은행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방코산탄데르와 방코빌바오비스카야아르헨타리아는(BBVA) 등 스페인 2대 은행의 리보 수준은 각각 1.41%와 1.20%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BBVA 대변인은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에 걱정하지 않는다”며 “해외 자회사는 각각 현지 통화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고, 스페인 본점의 달러 확보도 어려움이 없다”고 강조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달러화 확보 압박을 측정하기 위해 3개월물 리보와 오버나잇 인덱스 스와프(OIS, 초단기 대출금리)의 스프레드에 주목하고 있다.
OIS는 금리 스와프의 일종으로, 익일물 금리의 3개월 후 예상을 반영한다.
리보-OIS간 스프레드는 지난 1일 34.75로 2009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