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보다는 단기 투자상품 취급
다나카귀금속그룹과 도쿠리키혼텐같은 일본 최대 귀금속 업체에는 연일 금을 팔려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2일(현지시간) 전했다.
세계적 경기 침체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고조되면서 투자펀드·중앙은행·개인 등 전 세계 투자가들이 일제히 금 매입에 나서는 가운데 일본인들만 역행하는 모습이다.
다나카귀금속은 “차익을 실현한 금 투자가들이 조금이라고 비싼 값에 되팔고자 환율과 금 값 동향을 알아보기 위해 매장을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기가 불안해지면 헤지수단으로 금을 보유하려는 의식이 강해지기 마련인데, 일본인들은 금을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상품으로서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 값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온스당 1881.4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 내 금 소매가격은 지난 20일 현재 g당 4800엔대로, 연초 대비 30% 상승했고, 3년 전에 비하면 50% 뛰었다.
다나카귀금속 관계자는 “몇 년 전에 금을 산 사람이 차익을 챙기고 팔러 나온 경우가 많다”며 “특히 소매가격이 g당 3500엔, 4000엔 등 민감한 수치를 넘어서면 금을 갖고 오는 사람은 더 늘어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이처럼 금 값 변동이 심해지면 고객이 매장으로 몰려드는 경향은 금 수입이 자유화된 1970년대부터 계속되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1979년말 옛 소련군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계기로 금의 소매가격은 g당 6400엔대로 상승, 그 과정에서 금 투자 붐이 일어났다.
붐은 가격 급락으로 끝나기 마련이지만 1981년 가을 금 값이 3000엔대로 하락하자 저가 매수세가 다시 유입되면서 금 값은 다시 반등했다. 다음 해 가을, 멕시코 금융 위기를 계기로 금 값이 4000엔대까지 급반등하자 이번에는 차익을 실현한 투자가들이 금 매장으로 밀고 들어서면서 금 값 하락 현상이 재현됐다.
일본인들이 금 값 변동과 관계없이 금 매입 열풍을 일으킨 적도 있다. 2002년 4월 페이오프제도가 일시적으로 폐지되기 직전이다.
페이오프제도는 금융기관이 파산할 경우 예금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일본 예금보험기구가 원금 1000만엔과 그 이자를 한도로 예금을 되돌려 주는 것을 말한다.
일본에서는 1997년의 홋카이도다쿠쇼쿠은행, 1998년 일본 장기신용은행 등의 파산 직후 페이오프제도가 일시 폐지, 예금을 떼일 것을 우려한 투자가들이 금 매입에 나서면서 금 값은 급격히 뛰었다.
그러나 신문은 투자자들이 장기 침체에 빠져든 경제 현실은 망각하고 금 값 변동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위험이 따른다고 우려했다.
현재 미국과 유럽의 기관투자가와 개인들이 금 매수에 몰리는 것은 통화인 달러나 유로, 주식 가치가 향후 손상될 것이라는 리스크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부채가 2010년도말 현재 862조엔에 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는 주요국 중 최악으로 불어났다.
이런 가운데 눈앞의 시세 차익만 보고 안전자산을 소홀히 할 경우 화근을 남기게 될 수도 있다고 신문은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