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방 리스크 고조 지적...3차 양적완화 언급 안해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근 혼란을 막기 위해 초저금리 기조 유지 기간을 구체적으로 확언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연준은 9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낸 성명에서 “경기회복을 위해 이례적 저금리 기조를 적어도 오는 2013년 중반까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FOMC 성명에서 연준은 “올 들어 미국의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상당히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현 경기상황을 진단했다.
최근 지표는 지난 수개월 동안 고용시장의 전반적 상황이 악화됐음을 시사했고 실업률은 높아졌다고 연준은 지적했다.
이어 연준은 가계지출도 둔화되고 있고 비주거용 건축물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약하고 주택시장도 침체돼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압력은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한 후 “향후 몇 분기 동안 당초 예상보다 느린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경기 하방리스크도 더욱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최소 2년간 초저금리 기조 유지 방침 이외에 연준은 경기회복세를 돕기 위해 기존의 보유채권 재투자 정책을 지속할 것이며 필요할 경우 이를 조절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나라야냐 코컬라코타 미네아폴리스 연은 총재 등 매파 성향의 연준 위원 3명은 “저금리 기조를 ‘상당 기간’ 유지한다”는 기존 표현을 써야 한다며 이번 FOMC 성명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번 FOMC에서는 시장에서 기대했던 3차 양적완화나 장기국채 매입 확대, 지급준비율 인하 등의 새로운 부양책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다만 연준은 성명서 말미에 “향후 물가안정 범위 내에서 경제회복세를 더 강력히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 수단의 범위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에 뉴욕증시가 FOMC 성명 발표 직후 1% 안팎으로 하락했으나 다시 연준 조치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힘을 얻으면서 급등세로 돌아섰다.
제임스 오설리번 MF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저금리 기조 기간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매우 극적인 결정이며 경기부양에 적극적인 비둘기파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며 “이번 FOMC 성명에 3표의 반대표가 나왔다는 것은 연준 내부에서 정책 운용에 대한 견해차가 뚜렷하게 나타났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리야 미스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미국 금리 전략 부문 대표는 “시장은 연준이 현재의 경기둔화세를 인정하기를 바랬고 연준은 이에 응했다”면서 “저금리 기조 유지 기간의 구체적 명시는 시장에 뚜렷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