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기지 해외 이전 고민하는 기업 늘 듯
아시아 통화 가운데 엔화 가치만 유일하게 강세를 유지하면서 일본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약해질 것을 우려해 생산 거점의 해외 이전을 고민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신문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위안화는 달러화에 대해 지난 22일까지 3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엔에 대해서는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위안화 가치는 금융 위기 전인 2007년 말에 비해, 달러화에 대해서는 13% 상승했지만 엔에 대해서는 20%나 하락했다. 중국 당국이 위안화 매도·달러화 매입을 통한 시장 개입을 반복한 영향이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지난 3월말 현재 3조달러를 넘었다. 외환보유고는 1년간 6000억달러 증가해 운용 수익 분을 빼도 거액의 개입을 실시한 것이 확실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최근 외환보유고의 달러 자산 일부를 엔으로 돌린 점도 엔화 강세를 부추겼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지금까지는 엔화에 대한 위안화 약세가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작았다. 해외에서 일본 제품과 중국 제품이 경쟁하는 분야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문은 중국이 세계 생산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시장으로서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일본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국에서 건설기계를 제조 판매하는 고마쓰의 경우, 엔화 가치가 위안화에 대해 1% 오르면 영업이익 17억엔이 감소한다. 중국에서 조립한 부품의 30% 가량을 일본에서 수출하고 있어 제조원가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는 시세이도 역시 엔화 가치가 위안화에 대해 1엔 오르면 매출 50억엔이 감소한다. 베이징 등지에서 편의점을 전개하는 세븐앤아이홀딩스도 같은 이유로 위안화 환율에 민감하다.
신문은 한국 원화와 태국 바트화 동향도 위안화 이상으로 일본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화 가치는 엔화에 대해 2007년말 대비 40%, 태국 바트화 가치는 30% 각각 하락했다.
아시아 통화 가치 하락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생산 기지를 아예 해외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탄소 섬유업체인 도레는 한국에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닛산과 혼다 자동차는 태국에서 신차 생산에 들어갔고, 미쓰비시자동차와 스즈키도 태국에 신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신일본제철과 JFE스틸은 태국에서 자동차용 강판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재팬의 미즈코시 유타카 대표는 “일본 기업들이 직면한 엔고는 제3의 산업공동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24일 히로시마 강연에서 “시장과 미국·유럽의 상황을 예의주시해, 필요할 경우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엔화 매도를 통한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