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 승자 vs. 패자 막전막후] 클라우드에 패한 비디오 체인 '블록버스터'

입력 2011-07-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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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넷플릭스 vs. 블록버스터

(편집자주 :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 사태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 업종 대표기업들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CEO의 혜안으로 위기를 슬기롭게 넘긴 기업이 있는가하면 한순간의 방심으로 정상의 자리에서 바닥으로 추락한 기업도 상존한다. 10회에 걸쳐 업종별 승자와 패자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클라우드 시대의 개막으로 패가망신(敗家亡身)한 기업이 있다.

한때 “언제 어디서나 좋아하는 비디오를 보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욕망을 채워주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미국의 비디오 렌탈 체인 블록버스터 이야기다.

1985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시작한 블록버스터는 지난 4월 위성방송업체인 디쉬네트워크에 단돈 3억2000만달러(약 3420억원)에 매각됐다. 이는 1994년 비아콤이 인수한 액수의 26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한때 1만개가 넘는 체인점을 운영하며 명실공히 비디오 체인 업계 1인자로 군림하던 거인의 초라한 말로다.

블록버스터의 헐값 매각은 클라우드 시대에 부응하지 못한 비디오 산업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음을 선언하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평가다.

블록버스터의 성공은 철저한 매장별 커스터마이즈에서 비롯됐다. 블록버스터는 지역마다 다른 고객들의 요구를 파악해 거대 물류 센터를 중심으로 각 매장에 맞는 비디오 타이틀을 하루 단위로 공급했다.

1987년에는 닌텐도와의 재판에서 이겨 비디오 게임 렌탈 시장에까지 진출했고, 이후 경쟁사들을 줄줄이 먹어 치우며 성장가도를 달렸다.

그러던 블록버스터가 미국 기업인수·합병(M&A) 시장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것은 우편을 통해 매장없이 DVD 렌탈 사업을 전개하는 넷플릭스가 등장하면서부터다.

클라우드식 DVD 렌탈 서비스업체인 넷플릭스와 맥도날드 약국 마트 앞에 설치된 키오스크에서 단돈 1달러에 DVD를 빌릴 수 있는 레드박스에 밀려 고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블록버스터는 1994년 비아콤에 84억달러에 인수됐고, 넷플릭스의 부상에 위협을 느낀 비아콤의 총수 섬너 레드스톤 회장은 2004년 블록버스터를 분사해 독립시켰다.

하지만 블록버스터는 자유를 만끽할 새도 없었다. 2005년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이 블록버스터의 주식을 매집해 경영에 압박을 가해왔다. 존 안티오코 블록버스터 회장은 보수와 주주 배당 등에 비판을 가하는 아이칸과 맞서다 결국 2007년 물러났다.

이후 블록버스터는 아이칸 등 주주들의 눈치만 살피며 신사업 발굴에 시들해진다.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금융위기는 블록버스터에 결정타를 날렸다.

실적은 급속도로 악화했고, 뒤늦게 매장 폐쇄 등 군살빼기에 돌입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2010년 법무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가 파산 우려를 나타냈고, 같은 해 4월 아이칸이 블록버스터 지분을 전량 매각하기 무섭게 9월 23일 파산보호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2011년 4월 디쉬네트워크는 헐값에 나온 블록버스터를 꿀꺽 집어삼켰다.

업계에서는 블록버스터의 몰락의 시작은 시대 착오였지만 사실은 머니게임의 희생량이 된 데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아이칸이 있었다.

디쉬가 블록버스터의 매장과 상표, 물류센터, 인터넷 비디오 렌탈 등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분명히 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쉬가 블록버스터에서 상표와 온라인 사업, 대형 영화배급사와의 비디오 조달 계약 등 자사에 유리한 부분만 취하고 나머지는 되팔 것으로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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