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치기,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민주당 당대표실서 진행된 비공개회의 불법도청 의혹을 놓고 민주당과 KBS가 전면전으로 치달을 태세다.
민주당으로부터 공공연히 도청 주체로 지목돼 온 KBS는 30일 그간의 침묵을 깨고 공식입장을 내놨다. KBS는 이날 ‘정치권 논란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이 주장하는 식의 이른바 도청행위를 한 적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말했다. KBS는 또 “회사와 기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주장과 행위에 대해 즉각 법적 대응에 착수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별도로 KBS 정치외교부 국회출입 기자들은 이날 오전 이례적으로 자체 성명을 발표, 민주당이 정당한 취재활동을 폄하하고 방해했다며 이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 역시 비공식 언급에서 벗어나 공식적으로 ‘KBS’를 거론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홍영표 원내대변인은 즉각 반박 논평을 통해 “KBS에게 묻는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식의 도청행위를 한 적이 없다면 다른 어떤 행위를 했다는 말이냐”며 “KBS는 그 실체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식의 도청이 아니란 말은 결국 (취재관행인) 벽치기로 몰고 가겠다는 뜻인데, 그날(23일) 당직자들이 회의실 밖을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벽치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면서 “결국 와이어리스(무선마이크)를 이용한 도청이다. KBS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벽치기’는 기자가 회의실 문 밖에 귀를 대고 안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엿듣는 방식으로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널리 통용돼왔다. 김인규 KBS 사장 역시 최근 이사회 야당 측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벽치기는 취재기법으로 다 해왔는데 문제될 게 있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문방위 민주당 간사인 김재윤 의원은 같은 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에 들어온 제보는 KBS를 의심하는, KBS가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은 제보였다”며 “유력한, 공신력 있는 자료를 토대로 제보했고, 그 제보를 우리가 경찰에 다 넘겼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1일 도청 파문의 당사자인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을 통신비밀호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형사고발할 예정이다. 한 의원은 지난 24일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이것은 틀림없는 발언록, 녹취록이다. 그냥 몇 줄만 읽어드리겠다”며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의 비공개 발언을 그대로 낭독해 사태를 촉발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