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합작...디스플레이 종주국 지위 회복 겨냥
일본 히타치제작소가 중소형 LCD 패널 사업을 통합키로 한 도시바와 소니 진영에 합류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히타치는 세계 최대 수탁업체인 대만의 홍하이정밀공업과 제휴를 모색해 왔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도시바ㆍ소니 진영에 손을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3사 연합이 실현되면 중소형 LCD 패널 세계 시장 점유율은 21.5%로 현재 1위인 샤프(14.8%)를 제치고 업계 순위 1위로 뛰게 된다.
이들 3사는 일본 정부와 기업들로 구성된 펀드인 산업혁신기구로부터 2000억엔 가량을 지원받아 한국 삼성전자 등 경쟁업체들과의 격차를 벌릴 셈이다. 7월 안에 최종 합의를 끝내고 올해 안에 합작사를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자본 구성은 산업혁신기구에서 70%를 출자하고 나머지는 3사가 나눠 부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LCD 패널 시장은 수요와 가격 경쟁이 치열한데다 4~5년마다 수백억엔 가량의 투자가 수반된다.
이들 진영은 투자비용을 분담해 최신식 설비를 도입,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 인기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는 중소형 LCD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다는 취지다.
중소형 LCD에선 일본 기업이 기술면에서 우위에 있지만 삼성전자 등이 맹추격해오면서 가격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중소형 LCD는 휴대전화와 내비게이션 등에 쓰이는 디스플레이로 흔히 9.1인치 이하를 뜻하며 그 이상 중대형 LCD는 TV용 패널에 주로 사용된다. TV용 대형 LCD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업체가 절반가량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3사 통합은 일본 정부까지 가세했다는 점에서 일본의 민ㆍ 관이 힘을 합친 합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샤프를 포함해 오랫동안 디스플레이 산업을 주도해온 일본 기업들은 해외 기업들의 공세로 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잃은 것이 사실.
이들은 LCD보다 화질이 선명하고 소비 전력이 낮아 차세대 패널로 주목받는 AM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개발 및 양산에도 집중해 한국에 주도권을 내어준 ‘디스플레이 종주국’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남은 틈새인 중소형 LCD를 공략해 위상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3사 통합으로 각사의 기술이 신속하게 융합하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면 세계에서 주도권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