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동안 8000억원 손실.. "더는 못해", 업계 1위 SK 눈치만..
정유업계가 리터당 100원씩 인하했던 기름값의 환원 문제를 놓고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지난 4월 기름값 인하 당시 3개월 한시적 할인이라고 못 박았지만, 정부가 최근 할인조치의 연장을 요청해 왔기 때문이다.
23일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경부 담당자가 최근 정유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할인조치 연장이나 단계적 환원 등 연착륙 방안을 강구하도록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유사는 더 이상 할인 연장은 어렵다는 뜻을 전했으나 지경부의 의지가 강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물량을 주지않는다는 얘기가 들려와 점검하는 차원에서 불러 논의한 것”이라며 “강압적인 주문이나 지시를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정부의 이같은 해명을 액면 그대로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기름값을 내릴 당시에도 정부의 압박에 울며겨자먹기로 가격인하를 결정했었기 때문이다. 당시 업계는 가격인하에 대해 자발적인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정부 압박이 없었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3개월간 약 8000억원의 손실을 본 정유업계가 가격인하 시점을 다시 연장한다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름값을 3개월 할인한 데에는 정부와의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면서 “7월 6일 이후 가격을 다시 올린다는 결정에는 현재 변함 없지만, 향후 시장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이번에도 SK가 관건이라는 분위기다. 지난 4월에도 업계 1위 SK가 일요일 오후에 전격 기름값 인하를 결정하면서 다른 정유 3사가 뒤따라갔다. 당시 정부가 1위 SK를 압박해 업계 전체의 가격 인하를 이끌어 낸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가장 큰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SK가 먼저 치고 나오면 다른 정유사들도 따라갈 수 밖에 없지 않냐”며 “(어떻게 될 지는)할인 조치가 끝나는 7월 6일이 돼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