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판단 하향 조정…2차 종료하되 완화기조 유지키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22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경기 판단을 하향 조정하면서도 경제 성장과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3차 양적완화)를 취하겠다는 신호는 내보이지 않았다.
시장의 예상대로다.
최근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완화정책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는 벤 버냉키 의장의 기존 입장이 반영된 모습이다.
연준은 이날 회의 후 성명에서 2차 양적완화의 일환으로 실시해 온 미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예정대로 6월말 종료하되 2조8320억달러에 이르는 증권의 만기도래분에 대한 재투자 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는 0~0.25%로 유지하기로 해 사실상 완화 기조는 계속 이어지게 됐다.
연준은 경기에 대해 "경기 회복이 완만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나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는 느리다"고 진단했다.
이는 연준이 지난 3월 "경기회복세가 더욱 확고한 토대 위에서 진행중이며, 고용시장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밝힌데 이어 4월에도 "경기회복세가 완만하게 진행중이며, 고용시장의 전반적인 여건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은 것에서 크게 물러선 것이다.
연준은 “최근 고용 관련 경제지표는 예상보다 약하다”며 고용 회복도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경기회복세가 둔화하는 데 대해서는 “일시적인 요인이 영향을 주고 있다”며 요인으로는 “식료ㆍ에너지 가격 급등과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서플라이 체인(부품 공급망)의 혼란”을 이유로 들었다.
다만 연준은 “향후 수 분기 안에 회복 속도가 개선되고 실업률도 서서히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FOMC 결과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시장의 예상대로 이달 말까지 국채매입이 마무리된 이후 이를 보완한 구체적인 신규 조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뉴욕 소재 MF 글로벌의 짐 오 설리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FOMC는 추가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확실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몇 주 전만해도 양적완화 정책에서 탈출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췄던 연준도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들이 일제히 뒷걸음질치자 신중론이 강해진 영향으로 보인다.
5월 미국의 실업률은 9.1%로 상승하면서 고용시장 악화를 반영했고, 같은 달 물가상승률은 연율 1.5%로 거의 3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며 연준의 목표치인 2.0%에 바짝 다가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벤 버냉키 연준 의장도 추가 완화정책에 대해선 혼란스러운 입장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4월 FOMC 이후 가진 첫 번째 정례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높아지면 추가 국채 매입을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한 연설에서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완화정책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고 말해 연준에 쏠리는 시장의 기대치를 낮추고자 했다.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3차 양적완화(QE3)를 포함, 추가적인 경기부양을 할 수 있다는 힌트는 주지 않은 것이다.
4캐스트의 제너디 골드버크 채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FOMC 내용은 거의 예상한대로였다"면서 "특별히 흥미로운 점도 눈에 띄지 않는다. 연준은 경기가 약간 둔화하고 인플레가 약간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시장의 반응도 한정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QE3에 관한 아무런 단서가 붙이 않아 매우 심각한 상황이 되지 않는 이상 QE3은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다음주 종료하는 연준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이 금융 시장에 타격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