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박기춘 의원 등이 발의한 건축법 일부개정안.. 오늘부터 심의
"무슨일이 있어도 막아야하는데…"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의 PVC(폴리염화비닐) 관련 부서 관계자들은 요즘 걱정이 많다. 국회에서 발의한 건축물 배관에 PVC 사용을 규제하는 내용의 법안이 오늘부터 심의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들이 내세우는 발의 목적은 건축물 화재시 불길확산과 유독가스 피해를 줄이고자 한다는 것. 하지만 화재에 직접적 영향을 받지 않는 배관 시설에 대한 규제 법안을 만든다는 것에 대해 업계는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16일 관련업계 및 국토위에 따르면 민주당 박기춘 의원 등 국토위 소속 15명의 의원들이 지난해 발의한 건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오늘부터 심의에 들어간다.
개정안의 내용은 건축물의 화재발생 시 화재의 확산과 유독가스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하고자 불연재를 이용한 배수·배관을 설치하도록 하자는 것.
박 의원 등은 최근 되풀이되고 있는 대형 건축물의 화재사고 시 발생하는 유독가스로 인해 수많은 인명피해와 사회적·경제적인 손실이 발생하고 있으나, 건축설비에 있어서 유독가스 및 화염의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배수·배관시설의 기준에 관한 규정은 부재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LG화학, 한화케미칼 등 국내 PVC 생산업체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한화케미칼은 PVC 부문이 전체 매출과 이익 비중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사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이들 원료 생산업체 아니라 소규모 PVC 배관 회사들의 연쇄 타격도 상당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축물에서 배수·배관 시설은 대부분 콘크리트 내부에 설치돼 화재에 직접적 노출이 없다"며 "같은 이유로 화재를 우려해 창호· 바닥재 등을 모두 불연재로 바꿀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도 "주철 등 금속배관의 경우 부식문제 뿐만 아니라 가격이 비싸며, 시공이 어렵고 층간 소음문제도 염려된다. 또 PVC는 자기소화성이 있고 유독가스인 일산화탄소(CO) 배출량이 일반 내장재보다 적게 배출된다"고 주장했다.
국토해양위도 지난 3월 검토보고서를 통해 "개정안과 같이 불연재를 이용한 배수·배관설비의 설치를 의무화 할 경우 주철재 배관의 사용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철재 자재가 현재 주로 사용되고 있는 PVC 등 플라스틱 소재의 자재에 비해 부식과 오염에 취약하며, 높은 단가로 인해 배관 공사비 상승을 가져와 건축비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의견이 있어 이를 고려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시공중인 32평형 아파트를 기준으로 배관 공사비용을 산정한 결과, 현행 규정에 따른 배관공사(PVC 배관과 주철재 배관 혼합사용)에는 호당 63만2000원이 소요되는 반면, 주철재만으로 배관할 경우 218만원이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