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개 중 79개..."상품 특수성 감안해야"
금융당국이 '자투리펀드' 청산에 칼을 빼 들면서 퇴직연금 펀드에 비상이 걸렸다. 대다수 펀드의 설정액이 50억원에 못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들은 상품의 특수성을 감안해 예외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4일 자산운용업계 따르면 이달 초 금융투자협회는 각 운용사와 판매사와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소규모 펀드 정리 방안'에 대한 의견수렴 안내장을 발송했다. 안내장에는 전체 공모추가형 펀드 가운데 50억원 미만의 펀드를 정리하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1~2개월간 운용·판매사들이 '자투리펀드'를 청산할 기회를 주고 기대에 못 미칠 경우 각종 패널티를 부과해 불이익을 줄 것"이라며 "예외적용은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에 퇴직연금펀드에 비상이 걸렸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140개(모펀드 기준) 퇴직연금펀드 가운데 10일 현재 설정액이 5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상품은 79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44개 펀드 는 설정액이 10억원에도 미치치 못하고 있다. 금융위 지침에 따른다면 절반 이상의 펀드가 청산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퇴직연금펀드의 경우유형의 특수성을 감안해 평가기간 연장 및 설정액 기준 하향조정 등 예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A자산운용사 퇴직연금펀드 매니저는 "퇴직연금 펀드는 고객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입금이 크지 않아 설정액이 급격히 늘어날 수 없는 구조"라며 "퇴직연금펀드만이라도 예외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시장 위축과 더불어 운용의 다양성이 훼손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B자산운용사 는 "파생상품이나 혼합주식형, 혼합채권형, 재간접투자 유형의 경우 등의 거의 모든 상품이 '자투리펀드'에 해당한다"라며 "투자대상을 제한함으로써 운용의 다양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