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투자 목적으로 현금 확보
상장사 유보율이 지난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음에도 올해 차환용 회사채 발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발행된 회사채 규모는 모두 30조36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3조3547억원보다 23.09% 증가했다.
이들 업체가 회사채 발행 목적을 '차환용'(기존 회사채를 갚으려고 신규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이라고 밝힌 액수는 14조5742억원이다. 작년 동기의 9조3726억원보다 35.69%나 늘어난 규모다.
차환용 회사채는 자금 상환이 여의치 않은 기업들이 통상적으로 발행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회사채 발행이 급증한 것도 자금난 때문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 전체 상장사 626곳의 유보율이 1년 전보다 65.24%포인트 상승, 746.3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기업의 자금 사정이 괜찮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차환용 회사채 발행 배경을 과거와는 다르게 해석한다.
먼저 금리가 여전히 낮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설비 투자와 운영자금 목적의 자금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융위기 직후 대규모로 발행했던 3년짜리 회사채의 만기가 올해 대거 돌아왔음에도 상환하지 않고 만기를 더 연장한 것은 사업 확장 등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것이다.
대우증권의 이정욱 연구원은 "기업이익으로 회사채를 상환해도 되지만, 금리가 낮아 발행환경이 좋은 때에 일부러 갚을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 때문에 차환용 회사채 발행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업종에 따라 유동성 문제로 차환용 회사채 발행이 증가한 사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