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BG 연구개발 총괄 전무
‘기계를 만드는 기계’로 불리는 공작기계 산업. 제조기술은 물론 최첨단 IT기술까지 접목한 최고 기술 결정체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제조업 발전의 모체로 불리며 반도체, 전자, 광학, IT, 자동차, 항공 등 관련 산업 인프라 구성에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풍력 및 에너지 산업, 선박, 대형 중장비 제작 등 신수요 산업의 발전에 대응하기 위한 대형장비 개발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산업의 꽃이 철강이라면 기계산업의 꽃은 공작기계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 BG(비즈니스그룹)의 비전은 ‘금속가공 분야 글로벌 톱3’입니다.”
공작기계 산업 메카로 불리는 두산인프라코어 경남 창원공장 공작기계BG 연구개발을 총 책임지고 있는 이정근 전무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이 전무는 “대형, 고정밀, 고기능 복합기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에 지속적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성장 잠재력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내부역량 강화를 통한 성장기반 구축, 제품 라인업(Line-up)을 바탕으로 한 수요 산업군 확대, 지역별 차별화 성장전략 추진으로 선순환에 의한 매출극대화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한다.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 사업부는 국내 시장점유율 1위(50%, 2010년 기준)를 바탕으로 내·외형적 성장세가 가파르다. 북미와 유럽시장에서만 지난해 대비 2~3배의 성장을 보였다. 이들 지역의 매출 비중이 중국을 능가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이 전무는 “국내 공작기계 시장에서 두산과 현대위아가 각각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해외시장에서는 독일의 DMG, 일본의 마작(Mazak), 모리세이끼(Mori Seiki), 오쿠마(Okuma) 이어 세계 5위를 달리고 있다”고 말한다.
올해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 사업부문은 경영목표로 매출액 1조846억원, 영업이익 746억원을 제시했다. 지난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59%와 2021% 이상 늘어난 2801억원과 254억원을 기록함으로써 목표달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이 전무는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표준 제품군에서 고객에게 최적의 가치(value for price)를 제공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두산의 강점은 한 마디로 ‘최적화’”라고 압축한다. 목표 성능과 품질을 만족하는 최적의 제품을 타 업체보다 경쟁력 있게 개발하고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경쟁사 대비 중요한 강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무는 연구개발(R&D) 인력의 숫자나 무형적인 기술 자산의 측면에서 두산의 역량이 외국의 선진 경쟁사 대비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7년 두산메카텍 통합과 2008년 R&D센터 신축으로 인력보강과 최신 인프라 시스템 어느정도 모양새를 갖췄지만, 후발주자로서 선도업체들을 따라잡기 위해 계속해서 R&D 분야에 최우선적으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밀려드는 주문량 즐거운 비명= 두산인프라코어는 무인자동설비 확충을 통해 24시간 공장을 돌리는 등 공장가동시간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무인자동설비 확충을 통해 공장가동시간을 연 7590시간으로 늘린 상태다.
특히 최근에는 밀려드는 주문에 이달부터는 가동률을 140%까지 끌어올리는 등 생산량을 최대한 늘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월 평균 1000대 수준이었던 수주가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평균 1300대까지 증가했다.
이 전무는 “최근 공작기계 사업부문의 최우선적인 현안은 생산능력 확대”라며 “글로벌 경기 침체로 지난 2009년 1월 매출이 피크 시절 대비 20% 수준으로 감소해 공장 조업 단축과 재고 소진을 위한 전 임직원의 뼈를 깎는 노력을 했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의 분주한 상황이 반갑다”고 말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자체 가공·조립 라인 확장은 물론 협력업체의 생산 능력 증대를 통해 오는 하반기부터 중국 현지공장을 포함, 월 1400대 수준을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협력업체들과 함께하는 기술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이 전무는 “장비 본체의 핵심적인 기술에 대해서는 당사가 기술을 보유하지만, 전문성을 뛰는 부품에 대해서는 상당부문 협력업체와의 공동 개발을 통해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유연생산시스템(FMS) 관련 물류장치, 신기종에 적용하는 터렛(Turret), 고속·고정밀 감속기 등에 대해서 협력업체와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공작기계 분야에서 한 길을 걸어오고 있는 이 전무는 연국개발 현장의 캡틴으로서 일당백인 양 모든 일을 다 해결하려 들지 않는 성격이라고 말한다. 책임자가 나서서 모든 일을 처리하면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공존하는 연구개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팀웍이 깨지기 쉽다는 것이다.
이 전무는 "철저한 통제가 요구되는 연구소에서 직원들과 일대일 대화 방식보다 다수의 의견들이 오가는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하루에도 여러차례 말단 직원들까지 참석하게 해 회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래야 조직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신뢰와 책임감이 더 쌓여간다는 평소 지론이다.
이 전무는 지금껏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로 지난 1980년대 말, 주축회전수가 1만rpm에 이르는 고속 장비를 개발을 꼽았다.
이 전무는 “당시에는 최대 속도가 5000rpm 수준이었기 때문에 2배로 성능을 올리는 것이 무척 고생스러웠다”며 “마지막 단계에서는 1개월 넘게 퇴근을 못하고, 숱하게 밤샘을 하면서 회사에서 동료들과 같이 일했던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로는 큰 돈이었던 수천만원치의 부품을 태워먹은 것은 물론 그로 인해 개발 기간도 상당히 지연됐지만, 묵묵히 같이 해 준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