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등 규제 대상에서 제외 요청...증거금 및 자기자본비율 상향 부담
미국 정부가 지난해 통과된 금융감독개혁법에 근거해 모든 스와프 거래를 지정된 거래소에서 이뤄지도록 의무화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국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세계은행 같은 국제기구에도 이 같은 규제가 적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드-프랭크법으로 불리는 금융감독개혁법은 미 금융감독 당국에 외국 정부 기관이 보증하는 경우를 포함해 모든 거래에 대한 감시와 규제 권한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모든 장외거래 파생상품은 중앙 거래소와 청산소를 반드시 거치도록 규정됐다.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무분별한 파생상품 거래가 금융위기를 초래한 주범 중 하나라는 판단에서였다.
미 당국자에 따르면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주도로 스와프 거래에 관한 구체적인 규제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당국자는 내부 통제가 확실하고 자본도 충분한 기관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지만 확실한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질 소머스 CFTC 위원장은 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등 미 정부 산하 기관은 규제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면서 해외 기관에 대해서는 해당 기관의 입장을 고려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와프 거래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경우, 스와프 거래에 참여하는 당사자는 증거금을 늘려야 하는 것은 물론 파산에 대비해 자기자본도 일정 수준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유럽중앙은행(ECB)과 프랑스중앙은행, 중국의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 등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시켜 달라고 미국에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CB는 지난 6일 미 금융 감독기관에 보낸 서한에서 “ECB가 EU 이외 당국의 감시를 받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세계은행도 작년에 같은 입장을 전달했지만 미 금융 감독기관으로부터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CIC도 지난 2월 CFTC와 SEC에 서한을 보내, “CIC는 리스크 헤지 차원에서 스와프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헤지펀드들처럼) 수익률을 챙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호소했다.
미 금융감독 당국은 국부펀드는 헤지펀드와 같은 리스크가 있다는 이유로 규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 금융감독 당국은 최종 결정은 여론 수렴을 거친 뒤 발표할 예정이다.
스와프 거래는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금융 파생상품의 일종으로, 지불 조건을 미리 정해놓고 성격이 다른 주식이나 채권 등을 상대로 하는 거래를 말한다.
장외거래 파생상품 시장 규모는 600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외환 스와프와 선물환 계약 비중은 5%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