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美 공장 가동ㆍ2018년까지 1000만대 판매...도요타에 도전
유럽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독일 폭스바겐이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일본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5일(현지시간) 폭스바겐의 미국 테네시주 공장이 조업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폭스바겐의 미국 생산은 20년만이다.
신문은 폭스바겐이 이 공장에서 중형차 ‘파사트’를 생산키로 했다면서 도요타자동차의 간판 세단인 ‘캠리’에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해석했다.
2018년 세계 판매를 2010년보다 37% 늘어난 1000만대로 잡은 폭스바겐이 미국 시장 전략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캠리의 대항마로 파사트를 내세웠다는 것이다.
폭스바겐의 미국 판매는 지난해 36만대로 2009년보다 21% 늘어나는데 그쳤으며, 시장 점유율도 3%에 불과했다. 중국시장에서 192만대를 판매한 것과 크게 대조된다.
미국 공장에서 생산키로 한 ‘파사트’는 폭스바겐이 내세우는 간판 차종 중 하나로, 미국 사양은 유럽보다 크게 설계됐다.
가격은 기존 모델보다 수천달러 낮춰 2만달러 정도면 살 수 있다.
신문은 이것이 2만~2만9000달러에 팔고 있는 도요타의 캠리를 의식한 가격 책정이라며 판매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스바겐은 미국 공장에 10억달러를 투자하고, 2000명의 직원을 채용했다. 공장 인근에는 파사트의 주요 부품을 만드는 부품메이커 8개도 유치해 신속한 공급망을 구축하는 등 도요타를 잡을 만반의 채비를 갖췄다는 평가다.
앞서 마틴 빈터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도요타를 따라잡겠다고 공언하면서, 1980년대에 접었던 미국 현지 생산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1960년대 미국 시장에서 선전하던 폭스바겐은 1974년 소형차 ‘골프’의 탄생과 함께 미국 현지 생산을 시작했으나 미국 '빅3'와 일본차에 밀려 1980년대 들어 미국 시장에서 눈물을 머금고 철수했다.
하지만 시장 환경이 바뀌면서 반격의 기회가 주어졌다.
미국 시장 점유율 10%가 넘던 도요타가 대량 리콜과 대지진으로 휘청거리고, 미국 빅3가 금융위기 여파로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빈틈을 내줬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지난달, 2차 세계대전 부흥기의 상징이던 딱정벌레차인 이른바 ‘뉴비틀’의 신모델 발표회를 중국 상하이와 독일 베를린, 미국 뉴욕에서 대대적으로 개최하면서 재기를 선언했다.
빈터곤 CEO는 이 자리에서 “2018년에는 아우디를 포함한 그룹 전체의 미국 판매를 100만대로 끌어올려 도요타에 도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은 9월께 처음 출시된다.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이 북미에서 과거의 영화를 되찾을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