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생산 역대 최대폭 침체ㆍS&P 신용등급 전망 하향ㆍ실적도 먹구름
동일본 대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일본 자동차 업계가 잔인한 4월을 보내고 있다.
3월 일본 국내 생산은 역대 최대폭으로 침체했고 이 충격으로 도요타자동차는 세계 자동차 업계의 왕좌를 지켜내기도 위태롭게 됐다. 설상가상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일본의 주요 자동차 메이커와 일부 부품업계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이번 주부터 본격화하는 업계의 2010년도 실적에도 먹구름은 잔뜩 끼었다.
일본 자동차 업계가 25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8개 업체의 3월 생산은 38만7567대로, 전년 동월 대비 57.5% 감소했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 성적보다 못한 사상 최대 침체 폭이다.
특히 도요타의 일본 국내 생산 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2.7% 감소한 12만9491대로 통계를 시작한 1976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혼다도 역대 최악인 62.9% 격감한 3만4754대를, 닛산도 4만7590대로 52.4%나 감소했다.
동일본 지역을 강타한 대지진이 금융위기 여파에서 겨우 빠져나오는가 싶던 자동차 업계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셈이다.
도요타는 지진으로 자회사인 센트럴자동차의 미야기공장이 피해를 입는 등 일본 국내 공장 17곳의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도 감산에 돌입했다. 닛산과 혼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혼다는 북미 공장 6곳과 태국 등 해외 공장에서 잇따라 감산을 시작했다.
도요타와 혼다는 올 연말이면 생산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도요타는 대지진 충격에 따른 서플라이체인(공급망) 혼란으로 2008년부터 지켜온 업계 세계 1위 자리를 경쟁사에 내어줄 위기에 처했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를 인용해 올해 도요타의 판매 대수를 650만대로 전망하고, 도요타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폭스바겐에 밀려 3위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어드밴스트 리서치의 엔도 고지 애널리스트는 “GM은 올해 판매대수가 800만대를 넘어 세계 1위로 약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스바겐은 700만대로 2위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판매 대수는 도요타는 842만대, GM은 839만대로 박빙의 승부를 겨뤘다. 도요타의 올해 생산 대수는 630만~700만대로 예상됐다.
동일본 대지진의 후유증은 이뿐만이 아니다. 3월 생산 감소로 매출은 1조엔 가량이 줄었고, 최근 가동률은 50% 수준에 그쳐 2011년도 실적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저변이 넓어 부품기업까지 포함할 겨우 파장은 한층 커질 수 밖에 없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업체별 대당 수입 타격을 추산한 결과 도요타는 6000억엔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혼다와 닛산은 각각 1000억엔으로 두 번째로 큰 피해를 입었다.
전문가들은 부품난이 해소되더라도 올해 감산분을 전부 만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른 생산 판매량도 전년도보다 15% 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350만대로 매출로 환산하면 7조엔에 이르는 수준이다.
자동차 업계의 타격은 고스란히 부품업계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 일본 자동차부품공업회는 생산이 회복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생산 회복 속도가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업계의 우려를 반영해 신용평가사인 S&P는 일본 자동차 빅3와 부품업게의 실적전망을 하향했다. 이는 조만간 이들 업체의 신용등급이 실제로 강등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S&P는 “감산으로 일본 자동차 메이커의 시장점유율 축소와 장기적 경쟁력 저하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하고, “금융위기 때만큼 심각하진 않겠고 10월경이면 생산이 정상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일본 자동차 업계의 세계 생산대수는 올 회계 상반기(4~9월) 전년 동기 대비 37% 감소하고, 회계연도 전체로는 19%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