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업 선점' 같은 꿈 다른 전략
일본 원전사고 여파로 태양광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태양광 산업의 기초원료인 폴리실리콘시장에 국내 대기업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다.
삼성그룹, 한화그룹, 웅진그룹 등 주요 대기업이 출사표를 던졌고 LG그룹은 오늘 열리는 1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진출여부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그룹 오너들의 고민을 들여다보면 그들의 신사업에 대한 경영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안전주의 ‘이건희’… 신중한 ‘구본무’= 이건희 회장과 구본무 회장은 폴리실리콘 사업에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합작을 통해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폴리실리콘 진출을 선언했다. 구본무 회장의 LG그룹은 시장 진출 여부에 대해 2년 넘게 고민 중이다.
폴리실리콘 사업은 타 제품에 비해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이다. 1만톤 공장을 짓는데 1조원 가량의 돈이 든다. 자본력이 충족되더라도 고도의 기술집약적 분야인 만큼 신규로 뛰어드는 업체로서는 원천 기술을 습득하기 쉽지 않다.
국내 OCI나 미국 햄록, 독일 바커 등 3개 회사들이 글로벌 점유율 80%를 차지할 만큼 독과점 상태도 부담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2월 삼성정밀화학과 미국 MEMC의 합작 법인을 설립해 폴리실리콘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그룹 차원의 자본력이 충분히 뒷받침 돼 있지만 단독이 아닌 합작법인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이건희 회장으로서도 남다른 특수성을 가진 폴리실리콘 시장에 대해 위험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합작사가 폴리실리콘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인 만큼 R&D나 시설투자 위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판단이다.
MEMC는 글로벌 화학기업인 몬산토에서 분리된 회사로, 지난 50여년간 반도체와 태양전지 분야에서 실리콘 웨이퍼 기술의 개발을 선도해온 업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재중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술력이 검증된 MEMC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태양광 산업에 진출하게 됨에 따라 투자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LG그룹은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 여부를 무려 3년 넘게 고민하고 있다. 구본무 회장은 LG화학을 통해 2008년 4월 처음 폴리실리콘 사업에 대한 포부를 밝혔지만 본격 투자는 미뤘다. LG화학 실적발표회 때마다 단골질문은 폴리실리콘 진출 여부였다. 그때마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검토하고 있다”,“다음에 밝히겠다”고 대답했다.
김반석 부회장은 지난 1월 열린 실적발표회에서 폴리실리콘 사업이 더는 ‘장밋빛’은 아닐 수 있다고도 했다. 결국 오늘 열리는 LG화학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폴리실리콘 진출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올인하는 ‘김승연’… 과감한 ‘윤석금’= 태양공 산업을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적극 개발하고 있는 김승연 한화 회장과 윤석금 웅진 회장은 과감하게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을 결정했다. 후발주자로서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1월 태양전지 셀을 상업출하를 시작으로 태양광 산업에 처음 진출한 이후 불과 1년 3개월만인 지난 11일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폴리실리콘으로부터 태양광 발전사업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게 된 것.
한화케미칼은 준비 기간을 거쳐 내년 초부터 전라남도 여수 국가산업단지에서 공장 건설을 시작, 2013년 하반기부터는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2014년부터 연간 5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공장건설을 위한 총 투자비는 약 1조 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윤석금 회장도 과감한 결단으로 웅진그룹의 태양광 산업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특히 웅진폴리실리콘을 통한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은 윤 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 2008년 7월. 폴리실리콘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며 대기업들이 앞다퉈 시장 진출을 검토했다. 윤 회장은 지체하지 않았다. 과감히 2009년 1월 부터 경북 상주에 폴리실리콘 공장을 짓기 시작, 2010년 8월 완공했다.
공장 완공 후 1개월만인 지난해 9월에는 시제품 생산에 성공하여 순도 나인-나인(99.9999999%)급 이상의 고순도 폴리실리콘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윤 회장은 태양광 산업에 힘을 싣기 위해 오명 전 과학기술부 장관을 웅진그룹 고문 겸 웅진에너지·폴리실리콘 회장으로 직접 영입하기도 했다.
윤석금 회장은 13일 열린 상주공장 준공식에서 “웅진그룹은 2013년까지 태양광사업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이후에도 매년 1조원씩 투자해 기필코 태양광 산업 분야에서 1등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고 강조했다.
서로 다른 전략으로 태양광 산업에 접근 하고 있는 그룹 오너들의 성패는 향후 5년 내에 판가름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