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지진 1개월] 간 총리, 벼랑 끝 위기 원점으로

입력 2011-04-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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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능력 부실...오르던 지지율 또 내리막

동일본 지역을 강타한 대지진이 발발한 지 11일로 꼭 1개월을 맞는다.

대지진 직전 불법 정치헌금 파문과 리더십 부재 논란으로 퇴진 문턱에 내몰렸던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대지진으로 일단 구사일생했다. 하지만 안일한 위기관리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상황은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간 총리와 내각 지지율은 대지진 발생 직전 10%대에서 지진 발생 이후는 30%대에 육박, 대지진과 원전 사고에 대처하기 위해선 현 내각을 지지할 수 밖에 없다는 유권자들의 불안 심리를 반영했다.

하지만 대지진 쓰나미로 인한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사태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응으로 상황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유권자들은 또다시 등을 돌리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이 지난 1~3일 실시한 전국 전화 여론조사 결과, 일본 국민들의 69%는 원전 사고 대처 과정에서 간 총리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간 총리가 언제까지 총리직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에는 19%가 ‘조속한 퇴진’을 요구했고, 31%는 ‘정기국회가 끝나는 여름까지’라고 응답해 전체적으로 50%가 여름 이전에 물러나야 한다는 쪽에 손을 들었다.

대지진과 쓰나미와 원전 사고가 동시에 터지면서 간 정권의 부담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사상 최대인 25조엔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피해복구 비용은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간 정권을 전방위에서 압박하고 있다.

일본의 채무 비율은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200%대에 육박하고, 국가 예산 92조엔 중 세수도 37조엔으로 절반 이하다. 이 가운데 44조엔은 순수 부채(국채 발행)로, 복구비용만큼 부채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지난 주 일본 정부는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4조엔 규모의 1차 추가경정예산을 상정했지만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아 국회 심의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또 일본 적십자사 등을 통해 의연금은 1조2000억엔이 걷혔지만 배분 기준 등이 마련되지 않아 금고에서 잠자고 있다.

피해 복구 재원 마련을 위해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자니 국가 부채가 자꾸 늘어 그마저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대지진 쓰나미로 삶의 터전을 잃고 15만5000명 가량의 이재민이 여전히 피난생활을 하고 있는 가운데, 원전 사태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달으면서 폐허가 된 도시와 마을 복수는 뒷전으로 밀려나 이재민들의 원성만 높아지고 있다. 20개가 넘는 지휘 체계는 간 총리의 리더십 부재만 한층 부각시킬 뿐이라는 지적이다.

제1 야당인 자민당이 대지진과 쓰나미 피해 복구를 위해 간 총리가 제안한 연립정부 구성을 거부하면서 대지진으로 화해무드로 돌아서는 듯싶던 정치권에는 급랭 기류가 흐르고 있다.

여기다 간 총리가 자신의 직접적 퇴진 사유였던 정치헌금을 건넨 재일 한국인 K씨에게 입막음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전해지면서 간 총리는 운신의 폭이 한층 좁아졌다.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에 따르면 간 총리는 동일본 대지진 발생 다음날인 3월 12일 정치헌금을 준 재일 한국인 K씨에게 전화를 걸어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만난 적이 없는 것으로 하고 싶다”고 다짐을 받았다. 간 총리는 또 K씨에게 “상황이 잠잠해지면 뭐든지 할 수 있으니 여하튼 피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각에서는 간 총리가 대지진 와중에 사건을 무마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보도됨에 따라 사실 여부에 따라선 간 총리의 퇴진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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