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사태 대응ㆍ거액 손해배상ㆍ국민생활 안정에 초점..."출자규모 50% 넘지 않을 것"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에서 심각한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를 낸 도쿄전력을 일부 국유화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공적 자금을 투입해 도쿄전력의 경영에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일 보도했다.
관계자는 정부가 장기화하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대한 대응을 철저히 하고, 거액의 피해보상에 대비하는 것과 동시에 일본 경제와 국민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도쿄전력을 정부 관리 하에 두는 것이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출자 규모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출자 비율이) 50%를 넘으면 국유화가 된다”며 “그 정도 규모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전면 국유화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도쿄전력의 향후 존속 여부에 대해서는 "사태가 수습되는대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전력이 운영하는 후쿠시마 제1 원전은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원자로의 노심 냉각 기능이 마비돼 노심이 녹아 내리는 등 미국 스리마일섬에서 1979년 3월 발생한 원전사고 때보다 심각한 방사성 물질을 누출하는 사태로 발전했다.
도쿄전력은 정부 및 지원단과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치명적인 수준의 방사선량 누출과 오염수 배출이 어려워 복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3월 31일 도쿄전력의 신용등급을 최상위에서 5번째인 ‘Baa1’으로 3단계 강등했다.
무디스의 이번 신용등급 조정은 도쿄전력의 시미즈 마사타카 사장이 지난달 29일 고혈압과 현기증으로 입원하고 가쓰마타 쓰네히사 회장이 재차 대표이사를 맡은 뒤에 나왔다.
앞서 무디스는 지난 18일 도쿄전력의 신용등급을 'Aa2'에서 'A1'으로 2단계 강등했다.
당시 무디스는 보고서를 통해 "지진과 쓰나미가 야기한 도쿄전력의 재무 및 신용도에 대한 악영향과 잠재적인 대규모 비용뿐 아니라 도쿄전력의 경영과 신뢰도에 대한 심각한 영향을 반영해" 신용등급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도쿄전력은 사고 대응과 전력공급 사업을 계속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3대 은행에서 1조9000억엔의 긴급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노심 냉각 기능이 복구되더라도 후쿠시마 원전 1~4호기 폐쇄 비용과 손해배상 등에는 거액의 비용이 들어간다.
특히 피난길에 오른 원전 인근 주민과 농어업 종사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은 수조엔대에 이를 것으로 관측돼 도쿄전력이 단독으로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견해가 강하다.
일본에서 원전 사고에 적용되는 원자력손해배상법에는 ‘비정상으로 거대한 천재지변이나 사회적 동란’ 시에 전력업체의 손해배상 책임을 탕감해준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같은 방침을 적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일고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면책은 있을 수 없다”며 “국민 감정이 허락하지 않는다”라고 말해 이에 대한 적용 가능성을 일축했다. 또 국가가 지원에 나서더라도 도쿄전력에 상당한 규모의 부담을 요구할 방침을 분명히 했다.